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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5• 18이 제 가슴을 파고든 순간을 기억합니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

5• 18 엄마들이 4• 16 엄마들에게 보낸 한 현수막의 메시지였습니다. 바위 같은 슬픔을 가슴에 품고도 거센 밀물에 가라앉지 않고 긴긴 세월을 헤엄쳐온 이들이 당신의 슬픔을 안다고 내미는 손길.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에 잠긴 이들에게 당신의 슬픔을 안다고 깊이 공감하고 함께 슬퍼하는 그 마음이 참 아름답고 진정 어린 위로의 방식이라 느껴졌습니다. 짧은 순간이나마 타인의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드라마로써 더 많은 이들이 당신의 슬픔을 안다고, 광주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길 바라는 소망으로 드라마 〈오월의 청춘>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자료 조사를 하다 눈물을 흘렸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작품의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기 전, 자료 조사를 하러 도서관을 찾았다가 5• 18 묘지의 비문들을 모아놓은 책 한 권을 뽑아 들게 되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슬픔과 설움으로 새겨놓은 글귀들을 읽는 내내 그 비문들이 꼭 떠난 이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내가 읽고 있는 이 모든 것은 남겨진 이들의 기록이구나. 비문이며 증언, 실종자 가족의 수기, 사망과 부상에 대한 숫자들까지도 남은 이들이 떠난 이를 기억하기 위해 눈물로 적어 내려간 기록이구나." 묻힌 사람을 향한 글 같지만, 사실 남은 이들이 읽고 위로받는 '비문'처럼 '남은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방향을 잡아나갔습니다.

처음 대본 작업을 하다가 울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4화 초고 작업을 마치고 난 후, 이렇게나 힘들게 마음을 연 희태를 내가 또 외롭게 만들겠구나 싶어 미안함과 먹먹함에 가슴이 아렸습니다. 작업 내내 참 많이도 울었던 것 같습니다. 이리도 힘들고 외로웠던 아이들인데 그냥 행복하게 살면 안 될까. 이 애틋한 아이들을 꼭 내 손으로 지옥으로 내몰아야 하는 걸까•··· 괴로운 마음에 수백 번씩 마음이 약해지다가도 내가 만드는 이야기 바깥에, 현실에서 지옥을 사는 이들이 있다고 남은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쓰겠다던 초심을 잃어선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겨우겨우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 오월에 사라져, 사랑하는 이들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정부 공식 인정만 수십, 비공식적으로는 수백 명에 이릅니다. 이 순간에도 '밀물의 삶'을 헤엄쳐나가는 수천, 수만의 희태에게 사랑과 진심을 담아서 명희의 기도를 보냅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에 당신의 삶이 잠기지 않기를. 혼자 되어 흘린 눈물이 목 밑까지 차올라도, 거기에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삶을 헤엄쳐 나아갈 힘과 용기가 함께하기를…

•••

2021년 5월에,

작가 이강 드림.


오월의청춘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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