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장은 충암고 교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시민에게 한소리를 듣는 학생도 있는 등 학내 구성원들이 많이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애교심이 많이 떨어질까 봐 걱정스럽다”며 “가정통신문이라도 보내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까 고민했지만 어떤 입장을 내더라도 정치적으로 꼬투리를 잡힐까 봐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충암고의 이름이 거론되며 학교의 명예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때문에 교직원 명의의 성명서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교장은 윤 대통령이 예비후보 시절 무리해 충암고를 찾는 등 모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했다. 이 교장은 “코로나19 상황이고 교육 기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기관이라 안 된다고 했는데도 후보 쪽에서 동문회를 통해 학교에 방문하겠다고 고집했다”며 “결국 와서 야구부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갔다”고 했다.
올해로 30년째 충암고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 교장은 충암고가 과거 비리재단과 결별하고 정상화 수순을 밟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했다. 충암고의 재단인 충암학원은 2015년 “급식비를 내지 않았으면 밥을 먹지 말라”는 충암고 교감의 발언이 알려지며 각종 비리가 세상에 알려졌다. 감사 결과 쌀과 식용유를 빼돌려 급식비를 횡령한 사실 뿐만 아니라 난방비와 창호 공사비 횡령 등의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2017년 충암학원 이사 전원에게 임원 승인 취소처분을 내리고, 임시이사 체제는 4년간 지속했다. 이어 충암고는 2021년 서울 내 첫 공영형 사립학교로 선정돼 교육청이 추천하는 이사와 감사를 이사회 임원으로 선임하게 됐다.
이 교장은 “학생 자치와 민주주의 실현에도 신경을 쓰고 있고, 투명하고 깨끗한 학교로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던 와중에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며 “제발 ‘충암파’라 불리는 이들과 무관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