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계약해지 통보’에 “아직 유효한 계약” 주장…아티스트와 신뢰관계 강조도
[일요신문] 연예기획사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가 결국 유일한 소속 가수였던 뉴진스(NewJeans)와의 소송전에 나섰다. 뉴진스 측이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계약 효력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계약은 유효하다"는 것이 어도어 측의 입장이다.
12월 5일 어도어는 공식입장을 내고 "당사는 지난 12월 3일 소속 아티스트 뉴진스와의 전속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한다는 점을 법적으로 명확히 확인 받고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유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12월 3일은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이 뉴진스의 계약 해지를 두고 "한국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근간을 휘두르는 악질적인 방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뉴진스에게 어도어 측과 대화할 것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던 날이기도 하다.
어도어 측은 "소속 아티스트와의 문제가 법적 판단을 통해 해결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나, 회사와 아티스트간의 전속계약이 일방의 주장만으로 가볍게 해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아티스트는 물론 여러 이해당사자들께 확인해 드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라며 "무엇보다 아티스트와 회사 간의 건강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K-팝 산업, 나아가 한국 대중문화산업의 근간을 지키려는 판단을 법원에서 명백하게 구하고자 함이다"라며 소송에 이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런 소식을 들려드리게 돼 무거운 마음이지만, 아티스트 분들이 전속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된 것으로 오해해 현재 체결돼 있는 전속계약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연예 활동을 하거나 그로 인해 국내외 업계 관계자들께 예상치 못한 피해와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앞선 한매연의 입장문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선지원'을 강조하기도 했다. 어도어 측은 "성패를 미리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오랜 기간 회사의 지원이 선행돼야만 하는 것이 대중문화, 특히 K-팝 산업의 필수불가결한 특성"이라며 "회사의 선행적 지원은 일정 기간 동안 회사와 아티스트가 동반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에 바탕을 둔 것이고, 이를 전제로 상호 동의해 합의한 것이 전속계약인데 이 기본적인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오랜 시간 불확실성을 감내하며 투자라는 이름의 전적인 신뢰를 보낸 회사의 노력은 무력해지고 어디에서도 보전받을 수 없게 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뉴진스와 함께 하겠다는 어도어의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전속계약의 효력에 관해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 것과 별개로 아티스트 분들과의 충분하고 진솔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어도어 측은 뉴진스가 지난 11월 13일 어도어 측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이래로 멤버들과 대면해 소통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도어가 소송전에 먼저 나서면서 어도어와 뉴진스는 양측 모두 가처분 단계를 뛰어 넘어 법정에서 만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연예인의 전속계약 해지 소송은 연예인의 '전속계약 무효 가처분' 또는 소속사의 '연예인의 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이 선행된 뒤 결과에 따라 본안으로 진행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뉴진스는 11월 29일 자정을 기점으로 계약해지 통보와 함께 이에 따른 효력이 발휘됐다고 주장하면서 "계약이 정상적으로 해지됐으므로 별도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는 등 기존의 절차를 뒤집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소송에서 어도어는 입장문에서 밝힌 것처럼 계약상 의무인 '아티스트에 대한 투자 및 지원'에 성실히 임했음을 강조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더불어 뉴진스의 시정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또 뉴진스와의 합의 도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을 주장할 것으로도 보인다. 계약서 상 회사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라는 의사를 입장문이라는 문서로까지 남긴 것 또한 앞으로의 재판에서 법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한편으로, 어도어가 뉴진스와의 '계약 유효'를 주장하고 나선 상황에서 앞서 불거진 뉴진스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간의 탬퍼링(전속계약 만료 전인 연예인이 다른 소속사와 사전 접촉하는 것) 의혹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놓고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어도어 측이 현재 뉴진스와의 계약이 유효한 이유로 계약서상 해지 조항에 부합하는 어도어의 귀책 사유가 없는 점과 아티스트와의 신뢰관계 역시 굳건하다는 점을 들고 있기 때문에 이 의혹은 소송에서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요계 관계자는 "만일 뉴진스에게 일방적인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과 위약금 등을 묻는 재판이라면 다르겠지만, 이 소송은 어도어가 뉴진스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목적으로 제기한 것"이라며 "탬퍼링이 사실이라면 반대로 뉴진스에 의해 신뢰관계가 파탄난 것으로 파악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계약을 유지하고자 하는 어도어로써는 이 의혹이 다뤄지는 것 자체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이 탬퍼링 의혹과 관련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이를 보도한 연예매체 기자들을 고소했으나 어도어 측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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