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이 계엄 선포와 관련해 미국 측에 “헌법에 따라 이뤄진 조치”였다는 취지로 적법성을 강조했지만, 미국 정부는 좀처럼 수긍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엄 소식을 접한 미국 측은 다양한 경로로 한국에 경위 파악을 요청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됐고, 미국에 설명할 요지에 대한 대통령실의 지침도 다소 시차를 두고 공관에 하달됐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전했다.
계엄이 국내적 절차에 의해 이뤄진 적법 조치라는 걸 설득하려 했다고 하나 미국은 이런 설명에 대체로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4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형편없는 오판(badly misjudged)”이었다며 “매우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은 (계엄이) 심각하게 불법적인 과정이었다고 분명히 지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외교 고위 당국자가 한국 정상의 국내적 결정에 대해 ‘오판’, ‘문제적’, ‘불법’ 등의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설리번 보좌관도 같은 날 계엄 선포에 “깊은 우려(deep concern)를 표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미 측은 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의 결정’으로 국한해 규정하며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와는 분리해 접근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한국의 민주주의가 견고하고 회복력이 있다”고 말했고, 전날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고무됐다”고 밝혔다.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한국 교민이 밀집한 지역인 버지니아주를 지역구로 하는 돈 바이어 하원의원은 5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쿠데타 시도에 맞서 싸운 모든 한국인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며 “한국과의 동맹은 민주주의와 법치를 중심으로 할 때 가장 강력하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