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있었던 계엄 사태에 대한 최근 미국 외교관들의 잇따른 평가를 본 전직 외교관들의 설명이다. 통상 외교관들은 국제무대에서 매우 '외교적 수사'라고 불리는 우회적 표현을 사용한다. 외교관이 "그렇습니다"라고 말하면, 속내는 '고려해 보겠다'는 것이고, "고려해 보겠다"라고 말하는 건 '안 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이번 계엄과 관련해 미국에선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이상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와 같은 직설적인 평가들이 나왔다.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얼마나 실망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급기야 5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공식 브리핑에서 베단트 파텔 부대변인은 "이 전개를 둘러싼 결정과 관련해 답변이 이루어지어야 할 많은 질문이 있다"며 "계엄령의 발동과 그러한 조치가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확실히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우리가 한국과 맺고 있는 파트너십은 태평양 양쪽(한미)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를 초월한다"고 언급한 부분에 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해석된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이처럼 거세게 반응하는 건 계엄 실행 과정에서 철저하게 ‘패싱’ 당한 데 대한 불쾌감의 표현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스라엘이 지난 10월 이란을 폭격할 때도 사전에 미국에 통보했다. 계엄과 같은 중차대한 사안의 배경을 미국에 사전에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건 동맹 사이에 꼭 필요한 절차"(전직 외교관)란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