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전날에는 국회 예결특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예산안이 통과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여야가 상임위에서 합의한 증액을 모두 반영하지 않고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예산안은 세출예산안과 세입예산안으로 구성된다. 세법개정안이 기획재정위에서 통과되어 세입이 결정되면 이에 맞추어 세출규모도 조정되는데, 이번에는 세법개정안이 통과도 안 된 시점에 세출예산 삭감안부터 통과시키는 기형적 처리를 했다. 우리 국회에서 협치가 무너진 결과다."
- 윤석열 정부 재정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하자면.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는 한마디로 '긴축재정을 통한 건전재정'이다. 건전재정 의지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다. 따라서 시시각각 몰려오는 해외충격을 흡수하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 보루가 '재정'이다. 다만 정부가 '나쁜' 건전재정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세금과 지출 양방향에서 우리의 능력보다 과도하게 늘려 균형을 맞추는 '팽창예산'이나 세금도 줄이고 재정지출도 줄이는 '축소예산'을 통해 세입세출 균형을 맞추는 건전재정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위험하다는 건가. "'고부담 고지출'의 균형예산은 성장 잠재력 저하, 인플레이션 위험, 조세저항, 재정의 지속가능성 위협 등의 문제를 품고 있다. 윤 정부가 지향하는 저부담 저지출의 작은 정부는 정치적 구호로는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재정이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기후위기, 성장잠재력 저하 등의 당면한 복합위기와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정부는 재정의 역할을 포기하는 '저부담 저복지'나 국민의 세부담을 과중하게 늘리는 '고부담 고복지'에서 벗어나 '적정부담 적정복지'에 기반한 건전재정을 통해 재정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도 재정규모와 조세부담률이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노인 빈곤율은 가장 높다."
-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낮은 수준인가. "2022년 조세부담률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23.8%로 G7평균 26.3%, OECD 평균 25.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4대 공적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한 국민부담률도 우리는 32%로 G7 평균 36.9%, OECD 평균 34%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2024~2028)을 보면 2024년에는 조세부담률이 19.1%(2028년에는 19.1%), 국민부담률은 26.8%(2028년에는 27.2%)로 과도하고 급격한 인하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비과세·감면을 통해 조세수입을 줄여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이렇게 되면 재정규모는 더욱 축소되어 재정이 제 기능과 역할을 사실상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국세수입이 2022년에 395.9조원인데 2023년에는 오히려 344.1조원으로 감소한 것도 이러한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 조세부담률의 적정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윤석열 대통령 임기(2023~2027년) 중 적정 조세부담률을 23%대로 제안해왔다. 이는 향후 재정수요, 재정건전성, 재정기능의 정상화, 국민부담 능력과 선진국의 조세부담 및 재정지출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수치다. 이러한 세입수준에 맞추어 재정지출 규모를 결정하면 재정이 제 역할을 하면서 실질적인 건전재정이 유지되고 국가채무도 적정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다."
- 어쨌든 예산을 줄이는 방식을 택해왔는데 그 결과는 어떤가. "건전재정은 말뿐이고,실제로는 축소예산에도 불구하고 적자재정이 계속되고 있다. 재정지출 증가율이 올해에는 2.8%(경상성장률 4.9%)로 재정통계를 정비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2025년에도 3.2%로 경상성장률 4.5%보다 크게 낮다. 긴축재정임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재정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국가채무는 윤석열 정부 동안 약 398조원(2022년 1067.4조원→2027년 1465.4조원) 늘어날 전망이다."
- 그렇다면 가장 시급한 재정정책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재정정책에 앞서 정치 시스템 개혁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여야 간 타협이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 정치로 풀어야 할 많은 과제들을 사법부 판단에 떠넘기면서 사회적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양대 축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이다. 민주주의 작동원리는 '합의'고 자본주의 작동원리는 '시장'이다. 정치권이 민주적 합의를 통해 다양한 시장질서와 경기규칙을 적시에 합의해주어야 시장은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 정치 개혁이 이루어졌다고 가정한다면, 재정정책은 어떻게 꾸려져야 하나. "세금은 줄이고 돈은 풀려고 하는 정치권의 선심성 포퓰리즘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과 국가채무비율을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시켜 이기적인 감세요구와 선심성 국책사업 추진을 차단해야 한다. OECD 국가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 최근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2년 과세유예를 합의하고,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는 결국 폐지가 됐는데.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공제한도를 대폭 올려 초고액투자가에 대해서만 과세되도록 개정하면 자본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시행할 수 있었는데, 여야 포퓰리즘 경쟁으로 무산됐다. 금투세·가상자산 과세는 조세제도의 선진화, 과세 형평성 제고, 재정수입 확보를 위해 국회에서 오래전에 관련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두 제도를 시행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원칙을 버린 것이다. 땀흘려 일해서 번 근로소득자에게는 모두 과세하면서, 투자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것은 세금의 생명인 공평성을 심대하게 위반한 것이다. 또한 대체세원에 대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이렇게 비과세 감면을 계속하면 무엇으로 나라 살림을 운영할 것인가?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답답한 노릇이다. 이들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키면서 이미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출했었는데 앞으로도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됐다."
- 일각에서는 금투세·가상자산 과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투자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이다. 이번 과세 정책처럼 일관성이 없다면 이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일 것이다.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미국·영국·일본·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금융투자소득과 가상자산에 대해 모두 과세하고 있는데 그런 나라의 자본시장은 왜 우리보다 건강한가? 현재는 주식거래에 대해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가 중복과세되는 측면이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소득세 단일 과세체계로 가자는 것이다."
- 종합부동산세 역시 계속 논란의 중심에 있다. 재산세와 중복과세 등 부작용이 크므로 폐지하자는 의견도 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국민이 공감하는 좋은 세금으로 만들기 위한 합리적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폐지에는 반대한다. 우선 종부세는 투기억제와 주택가격 안정 그리고 지방재정 균형을 위해 꼭 필요한 세금이고, 납부한 재산세는 종부세액 계산 시에 공제되므로 중복과세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장관을 도맡으며 부동산 투기와 전면전을 치러본 경험이 있다. 공급확대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현실 여건을 모르는 순진한 탁상공론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의 가용토지가 극히 한정된 나라이다. 주택은 일반 재화처럼 신속하고 여유롭게 공급할 수 없는 특성이 있어 투기수요와 가수요를 억제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재산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도 종부세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방세는 자기 지역에 소재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전국에 걸쳐 부동산을 과다 보유한 고액재산가에 대해 상응하는 세금을 매기기 위해서는 전국의 부동산 가액에 대해 누진과세하는 국세인 종부세가 필요하다."
- 종부세는 폐지하고, 지방세인 재산세를 올리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적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고가의 토지와 주택이 집중되어 있는 강남과 같은 지자체에는 조세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반면 시골 지자체는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지자체의 노력보다는 수도권과 대도시 집중에 따른 영향이 크다. 따라서 종부세(2023년 4.6조원)를 국세로 거두어 '부동산교부금'이라는 이름으로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모두 내려보내 자치단체 간 재정격차 완화와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에 기여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종부세가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이슈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렇다. 시행 이후 지금까지 위헌법률 심판제청이나 헌법소원 제기 등 종부세를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냉탕 온탕을 오가는 수준의 제도변경으로 예측성과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어 왔다. 이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폐지보다는 '좋은 세금'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합부동산세법에서 정치권의 진영논리를 빼내야 한다. 여유 있는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여 종부세를 폐지하거나 무력화시키려는 시도 역시 종부세가 추구하는 정의로운 정책목적을 저버리는 것이므로 정당화될 수 없고, 두고두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세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간의 여건 변화에 맞추어 상속세 체계와 부담을 적정화하는 개편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내세우면서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적극 반대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느 선진국보다도 부의 양극화가 심각하여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이다. 상속세는 세금 없는 부의 세습 억제와 부의 재분배를 통한 양극화 완화, 그리고 과세의 공평성 제고 및 기회균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세금이다. 그동안 상속세 부담을 줄여온 국가들에서도 최근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70년대 캐나다와 호주가 상속세를 폐지하였고 이후 '상속과세가 부를 창출하기 위한 창의적 경제활동을 저해하고 상속과세로 경제적 기회균등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스웨덴 등 주로 유럽 국가들이 상속세제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도 부의 대물림에 대한 '슈퍼 상속세'를 통해 청년 세대들의 세금부담을 줄여주고 불평등·불공평을 해소하자는 논의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 그렇다면 우리 상속세 제도를 어떻게 개편해야 하나. "상속세 개편은 크게 세율 수준의 적정화와 과세방식이 큰 쟁점이다. 먼저 우리나라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주요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프랑스(45%), 미국(40%), 영국(단일세율 40%)보다도 최고세율이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에 최고세율을 40%로 내리고 과세표준을 조정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다만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60%'라는 일부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대주주 지분 매각 시에도 최고세율은 50%이다. 다만 과세표준 계산 시 대주주 지분이 포함된 주식일괄매각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게 되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20% 반영한다는 의미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들도 주식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상속세에 반영한다."
- 과세방식에 대해서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나. "과세방식은 현재 고인이 남긴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물려받는 사람 각자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상속세가 있는 나라는 24개국이다. 이 중 유산세를 택한 곳은 한국과 덴마크, 미국, 영국 등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유산세는 정부가 세금 걷기가 간편한 반면, 유산취득세는 합리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 빠져 있으나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에 이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 어쨌든 예산을 줄이는 방식을 택해왔는데 그 결과는 어떤가. "건전재정은 말뿐이고,실제로는 축소예산에도 불구하고 적자재정이 계속되고 있다. 재정지출 증가율이 올해에는 2.8%(경상성장률 4.9%)로 재정통계를 정비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2025년에도 3.2%로 경상성장률 4.5%보다 크게 낮다. 긴축재정임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재정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국가채무는 윤석열 정부 동안 약 398조원(2022년 1067.4조원→2027년 1465.4조원) 늘어날 전망이다."
- 그렇다면 가장 시급한 재정정책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재정정책에 앞서 정치 시스템 개혁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여야 간 타협이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 정치로 풀어야 할 많은 과제들을 사법부 판단에 떠넘기면서 사회적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양대 축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이다. 민주주의 작동원리는 '합의'고 자본주의 작동원리는 '시장'이다. 정치권이 민주적 합의를 통해 다양한 시장질서와 경기규칙을 적시에 합의해주어야 시장은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 정치 개혁이 이루어졌다고 가정한다면, 재정정책은 어떻게 꾸려져야 하나. "세금은 줄이고 돈은 풀려고 하는 정치권의 선심성 포퓰리즘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과 국가채무비율을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시켜 이기적인 감세요구와 선심성 국책사업 추진을 차단해야 한다. OECD 국가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 최근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2년 과세유예를 합의하고,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는 결국 폐지가 됐는데.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공제한도를 대폭 올려 초고액투자가에 대해서만 과세되도록 개정하면 자본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시행할 수 있었는데, 여야 포퓰리즘 경쟁으로 무산됐다. 금투세·가상자산 과세는 조세제도의 선진화, 과세 형평성 제고, 재정수입 확보를 위해 국회에서 오래전에 관련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두 제도를 시행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원칙을 버린 것이다. 땀흘려 일해서 번 근로소득자에게는 모두 과세하면서, 투자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것은 세금의 생명인 공평성을 심대하게 위반한 것이다. 또한 대체세원에 대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이렇게 비과세 감면을 계속하면 무엇으로 나라 살림을 운영할 것인가?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답답한 노릇이다. 이들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키면서 이미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출했었는데 앞으로도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됐다."
- 일각에서는 금투세·가상자산 과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투자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이다. 이번 과세 정책처럼 일관성이 없다면 이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일 것이다.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미국·영국·일본·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금융투자소득과 가상자산에 대해 모두 과세하고 있는데 그런 나라의 자본시장은 왜 우리보다 건강한가? 현재는 주식거래에 대해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가 중복과세되는 측면이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소득세 단일 과세체계로 가자는 것이다."
- 종합부동산세 역시 계속 논란의 중심에 있다. 재산세와 중복과세 등 부작용이 크므로 폐지하자는 의견도 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국민이 공감하는 좋은 세금으로 만들기 위한 합리적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폐지에는 반대한다. 우선 종부세는 투기억제와 주택가격 안정 그리고 지방재정 균형을 위해 꼭 필요한 세금이고, 납부한 재산세는 종부세액 계산 시에 공제되므로 중복과세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장관을 도맡으며 부동산 투기와 전면전을 치러본 경험이 있다. 공급확대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현실 여건을 모르는 순진한 탁상공론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의 가용토지가 극히 한정된 나라이다. 주택은 일반 재화처럼 신속하고 여유롭게 공급할 수 없는 특성이 있어 투기수요와 가수요를 억제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재산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도 종부세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방세는 자기 지역에 소재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전국에 걸쳐 부동산을 과다 보유한 고액재산가에 대해 상응하는 세금을 매기기 위해서는 전국의 부동산 가액에 대해 누진과세하는 국세인 종부세가 필요하다."
- 종부세는 폐지하고, 지방세인 재산세를 올리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적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고가의 토지와 주택이 집중되어 있는 강남과 같은 지자체에는 조세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반면 시골 지자체는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지자체의 노력보다는 수도권과 대도시 집중에 따른 영향이 크다. 따라서 종부세(2023년 4.6조원)를 국세로 거두어 '부동산교부금'이라는 이름으로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모두 내려보내 자치단체 간 재정격차 완화와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에 기여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종부세가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이슈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렇다. 시행 이후 지금까지 위헌법률 심판제청이나 헌법소원 제기 등 종부세를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냉탕 온탕을 오가는 수준의 제도변경으로 예측성과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어 왔다. 이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폐지보다는 '좋은 세금'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합부동산세법에서 정치권의 진영논리를 빼내야 한다. 여유 있는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여 종부세를 폐지하거나 무력화시키려는 시도 역시 종부세가 추구하는 정의로운 정책목적을 저버리는 것이므로 정당화될 수 없고, 두고두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세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간의 여건 변화에 맞추어 상속세 체계와 부담을 적정화하는 개편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내세우면서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적극 반대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느 선진국보다도 부의 양극화가 심각하여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이다. 상속세는 세금 없는 부의 세습 억제와 부의 재분배를 통한 양극화 완화, 그리고 과세의 공평성 제고 및 기회균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세금이다. 그동안 상속세 부담을 줄여온 국가들에서도 최근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70년대 캐나다와 호주가 상속세를 폐지하였고 이후 '상속과세가 부를 창출하기 위한 창의적 경제활동을 저해하고 상속과세로 경제적 기회균등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스웨덴 등 주로 유럽 국가들이 상속세제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도 부의 대물림에 대한 '슈퍼 상속세'를 통해 청년 세대들의 세금부담을 줄여주고 불평등·불공평을 해소하자는 논의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 그렇다면 우리 상속세 제도를 어떻게 개편해야 하나. "상속세 개편은 크게 세율 수준의 적정화와 과세방식이 큰 쟁점이다. 먼저 우리나라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주요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프랑스(45%), 미국(40%), 영국(단일세율 40%)보다도 최고세율이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에 최고세율을 40%로 내리고 과세표준을 조정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다만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60%'라는 일부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대주주 지분 매각 시에도 최고세율은 50%이다. 다만 과세표준 계산 시 대주주 지분이 포함된 주식일괄매각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게 되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20% 반영한다는 의미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들도 주식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상속세에 반영한다."
- 과세방식에 대해서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나. "과세방식은 현재 고인이 남긴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물려받는 사람 각자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상속세가 있는 나라는 24개국이다. 이 중 유산세를 택한 곳은 한국과 덴마크, 미국, 영국 등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유산세는 정부가 세금 걷기가 간편한 반면, 유산취득세는 합리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 빠져 있으나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에 이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