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도 흥분도 사라졌다. 맵디맵던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 퇴사 후 순해졌다.
민 전 대표는 6일 밤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열린 한화손해보험X폴인 토크 콘서트 '장르가 된 여자들'에 강연자로 나섰다.
이날 행사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떠난 후 처음 선 공식석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는 지난달 20일 어도어 사내이사 사임을 알리고 하이브를 퇴사했다. 그러나 하이브와의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민 전 대표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그가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간계약의 해지 확인 여부를 다투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회사와 고소를 주고받는 등 여러 건의 법적 다툼에 얽혀 있다.
관객들 앞에 선 민 전 대표는 약 1시간 10분 동안 K팝 제작자로서 자신의 가치관, 트렌드가 빠른 엔터업계에서 중심을 지키는 소신 등에 대해 얘기했다. 그 와중에도 중간중간 현재 심경 등을 언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의 그는 앞서 진행한 두 번의 기자회견, 타 행사 강연 당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그때와는 달리 '격한' 표현이 사라졌다는 거다. 이전의 공식석상에서 욕설이 난무한 것은 물론, 소송 비용으로 23억원이 들었다는 등 거침없는 발언을 일삼았던 그다. 줄곧 억울함을 피력하는 데 집중해 왔지만, 이번엔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자신의 현 상태에 대해 "죽도록 괴롭다" 이상의 발언은 자제할 정도로 시종일관 정제된 표현을 했다.
격양된 감정 표현도 없었다. 단지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게 숙제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데 악몽이다. 생각지도 못한 거짓말이 올라오고, 해명하면 해명했다고 올라오고 아니면 아니라고 올라온다"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이 없는데 이젠 종교전쟁처럼 됐다. 진실을 얘기해도 믿지 않는다"고 토로했을 뿐이다.
하이브와 갈등을 빚게 된 과정을 언급하면서는 해탈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잘못된 부분에 타협하지 않으며 일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다 분쟁을 맞이하게 됐다며 "큰 그림을 쌓으면서 디테일을 같이 그려가는 걸 좋아해서 방향성을 설정할 때나 크게 비전을 만들 때 간섭받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이런 싸움이 일어난 것"이라고 얘기했다. 또한 강연 후반부에는 "미워하고 공격하는 게 만연화 돼있다.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데, 내려놓으면 편하지 않을까"라며 행복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뉴진스를 향한 애정 표현이 사라졌다는 것도 인상적인 변화 중 하나였다. 뉴진스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떠난 후인 지난달 29일부로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어도어는 계약이 유효하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유효확인의 소를 제기한 상태. 그러자 멤버들은 이날 오전 회사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입장문까지 냈다.
뉴진스 멤버들이 배 아파 낳은 자식 같다던 원래의 민 전 대표라면 이에 대한 언급이 있을 법도 했다. 앞서 있었던 공식석상에서 그는 꾸준히 자신이 뉴진스의 엄마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들을 향한 애정을 숨김없이 보내왔다. 멤버들로부터 받은 응원도 자랑하듯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그러나 이날 토크 콘서트에서 민 전 대표는 뉴진스의 제작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들에 대해서는 뉴진스 음악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멤버 하니의 도쿄돔 팬미팅 '푸른 산호초' 무대 스타일링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언급하는 정도가 다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가 뉴진스와 거리두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민 전 대표가 뉴진스 탈출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어도어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멤버들이 그와 함께하는 것으로 비친다면 탬퍼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의혹의 불씨를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을 거란 해석도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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