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경찰은 ‘북한 침공 상황’인 줄 알았다고도 했다.
경찰들은 국회 안팎의 인파를 어떻게 통제하라는 건지 제대로 된 지시도 없었고, 그 탓에 혼선이 일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서울경찰청 국회 경비대와 기동대 소속 경찰 40여 명을 만나 계엄 당시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들었다.
● 국회 투입 국회경비대원 “시민에 불이익 주는 지시 재고해야”
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 소속 120여 명은 집에서 쉬고 있던 직원들까지 전부 출동시켜 국회에 보냈다.
국회경비대 소속 A 순경은 “집회에 참여한 분들도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왔으니 이분들이 위독해지면 생명을 살리고 조치를 취할 생각으로 긴장 상태로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당하고 올바른 근거가 없이 시민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지시가 내려진다면 우리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경비대 소속 B 경감은 “(계엄 당일) 사람을 차단하라고 해서 영문도 모른 채 차단했다. 아는 국회 보좌관들도 있는데 사이가 틀어질 뻔 하기도 했다”라며 “사람을 통제하라고 했다가 일부 허가하라고 했다가 지시도 체계적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계엄 당일 근무한 기동대원 “북한이 침공한 줄 알았다”
경찰은 국회경비대원들만으로는 국회 통제가 어렵자 서울경찰청 기동대 26개 부대를 투입했다.
기동대 소속 C 경사는 당시 휴무였는데 계엄 선포 직후 “출동하라”는 지시를 들었다.
C 경사는 “우리도 다른 시민분들과 비슷하다. ‘왜 갑자기 계엄을?’이라는 마음이었다”라며 “군대를 갔다온 남자여서 그런지 계엄이라고 하니 처음에는 북한에서 침공을 받았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정치적인 부분 때문이었고 우리도 당황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 내부에서는 계엄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예측했다면 내부에서도 휴무를 조정해 인력 규모를 정했을 것이다”라며 “나뿐 아니라 휴무라 개인시간을 보내고 있던 분들도 다 복귀해야 했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면 짜증이 나기도 했다”라고 했다.
C 경사를 포함한 일부 기동대원들은 현재 비상계엄 시국 속에 10일 연속 근무 중이다.
계엄 당일 국회 투입을 대비해 밤새 대기했던 기동대원 D 경감은 “뉴스 보며 대기하는 동안 ‘계엄이라니 꿈인가?’ ‘이게 실화인가?’라고 말하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경찰들 사이에서 ‘계엄이면 우리가 군 소속으로 들어간다던데’라고 말하면서 동요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동대 소속 E 순경은 “계엄 이후 동료들이 방패를 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