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같은 날 오전 9시50분께 경찰들은 분주해졌다. 앞서 보이지 않던 사복 경찰들이 추가로 관저 인근 도로에 배치됐고, 경찰들은 교통 신호 조작이 가능한 ‘표준 교통신호제어기’ 뚜껑을 열어 놓고 교통 통제를 위해 대기하기 시작했다. 버스 한대가 정류장에 멈춰 서자, 경찰들은 “저 버스 빨리 보내, 빨리”라며 다급히 버스에 다가가 이동을 요청했다. 잠시 뒤인 오전 10시1분 승용차 3대와 승합차 3대 등 진짜 출근 행렬로 추정되는 차량이 관저를 떠나 대통령실로 향했다.
지난달 29일 상황도 비슷했다. 이날 오전 9시2분께 차량 행렬이 관저를 떠났지만, 길목에 배치된 경찰들은 이 차량이나 도로를 주시하지 않았다. 차량 행렬이 지나간 뒤 관저 인근에 배치된 경찰도 철수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12시50분께부터 경찰들은 관저 방향으로 걷는 행인들을 모두 검문하기 시작했고, 관저 진입·출입로 주변 행인·차량들을 철저히 살피기 시작했다. 또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일일이 확인하고 기록했다. 오후 1시9분에 실제 윤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행렬이 관저에서 나와 대통령실로 출발했다. 이 행렬은 오후 1시14분 대통령실로 들어갔다. 상황이 종료된 뒤 대통령실 출입로 인근을 경호하던 경찰들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서로 인사를 나누며 경계를 풀었고 상당수가 철수했다.
■ 18일 중 2일만 ‘정상 출근’
차이는 경찰청 ‘도시교통정보센터’ 폐회로텔레비전(CCTV) 작동 방식에서도 발견된다. 가짜 추정 행렬이 출발할 때는 시시티브이 화면 조정이 없지만 진짜 추정 행렬이 출발할 때는 시시티브이가 관저 입구 쪽으로 촬영 방향을 바꾸고, 확대하면서 집중적으로 움직임에 주목했다. 차량 출발 뒤에는 행렬을 따라 화면을 계속 이동하거나 각도를 바꿨다. 이밖에도 2~3차례 가짜 출근 행렬이 의심되는 사례가 추가로 있었지만, 차량 동선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경우 등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대통령의 출퇴근은 윤 대통령이 갑자기 집무 공간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며 시작된 일이다. 대통령실은 출근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가짜를 포함해 하루에 두 차례 출근 행렬을 연출하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그만큼 커진 셈이다.
지각 출근도 잦았다. 한겨레가 대통령 출근 차량 이동을 확인한 18일 중 윤 대통령이 오전 9시 이전에 출근한 경우는 2차례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빨리 출근하는 날도 오전 9시1분께 한남동 관저에서 출발했고, 오전에 대통령실 외부에 일정이 있는 경우는 보통 오전 10~11시 사이 관저에서 바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성실 의무가 규정되어 있고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는 공무원의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시작한다고 돼 있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근무 시간을 어기거나 근무지를 이탈하는 것은 성실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적 의무 위반으로 탄핵 사유 중 하나로 제기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답변을 하지 않았고, 대통령 경호처는 “대통령 동선과 일정에 관한 사항은 경호·보안상 확인해드릴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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