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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중)

엄동설한 추위 속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은 투쟁가 대신 노래를 불렀다. 소녀시대의 2007년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다.

희망차고 벅차오르는 노랫말과 감성적인 멜로디. 17년 전, 전원 10대 소녀들의 풋풋한 열기와 쾌감까지 느껴지는 발차기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노래다.

원곡자인 소녀시대 멤버들도 "가슴이 벅차 울기도 했다"는 이 노래는 '젊은 세대의 아침이슬'이라고 불린다. 2024년 현재, 집회에 모인 청년들을 이어주는 시대의 노래, 밀레니얼 세대의 투쟁가가 됐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을 기점으로 일주일(12월 3∼9일)간 ‘다시 만난 세계’ 청취자 수는 직전 일주일(11월 26∼12월 2일)보다 23% 증가했다.

"눈앞에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시위 현장에서 투쟁가 대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건 2016년 이화여자대학교 교내 비리와 비민주적 운영을 규탄하는 시위에서부터다. 학생들이 '저항의 노래'로 불렀다. 당시 교내에 진입하는 1600명의 경찰에 맞서 학생들은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서로를 의지하며 북돋웠다. 이 모습이 SNS을 통해 확산되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언뜻 멜로디만 들으면 밝고 희망차게만 보이는 '다시 만난 세계'의 가사를 들여다보면 불안함 속 굳은 심지가 느껴진다. 암담한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슬픔과 분노의 감정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게 연대하고 위로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청년들의 결연한 의지가 담겼다.

'다시 만난 세계'가 촛불 집회의 상징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한 가요계 관계자는 "2024년 계엄령 발동에 무섭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화도 나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해 버텨야 하지 않나. 노래의 가사처럼 '희미한 빛'을 따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고자 하는 사명감을 마치 축제처럼 유쾌하게 나아가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목처럼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함께 걸어가자는 의미가 여러 세대에 유대감을 형성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 입은 내 맘까지 / 시선 속에서 말은 필요 없어 멈춰져 버린 이 시간"

때로는 하나의 노래가 경찰과의 삼엄한 대치, 무겁고 비장한 시위보다 더 강하고 단단할 수 있다. 그게 문화의 힘이다.

'다시 만난 세계' 외에도 올해 새로운 시위곡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졌다. 에스파의 '위플래시'가 울릴 때는 젊은 참가자들은 음악에 맞춰 "탄핵 탄핵 윤석열"을 외쳤고, 로제의 '아파트'에는 '사퇴해 사퇴해' '윤석열 사퇴해'라고 목이 터져라 따라 불렀다. 콘서트장 못지않은 '떼창'에 외신까지 감탄했다.

이에 혹자는 '지금 그렇게 웃고 노래할 때냐'라고 생체기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노래로 힘겨운 상황을 마치 축제처럼 유쾌하게 이겨내려는 열망인 셈.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는 이전까지 혼자 집회에 참여하는 것에 막막함을 느끼던 이들이 함께 연대하게 만들었다.

한 번 만들어진 유대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차 발의해 오는 14일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13일 다시 촛불 집회가 예고됐다.

'다시 만난 세계'는 다시 시민들 사이에서 울려 퍼질 것이다. 분노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더 많은 이들을 두려움 없이 집회로 나올 수 있는 용기가 될 것이다. 절망에 가까운 혼란 속에서 청년들이 'MZ 저항가'를 부르며 던지는 메시지는 희망이 될 테다.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468/0001114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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