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수상 이후 다시 만난 '서울의 봄' 제작자 김원국 대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달 24일 개봉하는 '하얼빈'이라는 큰 작품도 있고 내년에 개봉, 그리고 새롭게 들어갈 작품 등 늘 내가 하던 그 자리로 금방 돌아오게 됐다. 물론 축하 인사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확실히 '내부자들'(2015)로 첫 청룡영화상을 수상했을 때보다 축하가 조금 줄어든 느낌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늘 많은 축하와 또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연말을 가슴 뜨겁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그는 "'서울의 봄'이 개봉하기 전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시선도 부담스러워하는 걱정도 있었다. 혹자는 정치 영화로 낙인돼 어떤 세력에 공격받을 수 있다며 안위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주변의 반응과 달리 부담은 없었다. 이미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2020)로 그런 우려의 시각은 다져질 만큼 다져졌고 대중은 오직 영화로 본다는 믿음이 있었다. 정치계 양쪽 진영에서도 우리 영화를 보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생각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확실한 건 관객이 '내부자들'이나 '남산의 부장들' 그리고 '서울의 봄'까지 영화는 영화로 진정성 있게 봐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 의미로 사실 흥행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이 영화가 주는 울림이 있다는 확신으로 밀어붙인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봄'을 향한 믿음과 확신으로 흥행을 자신한 김 대표였지만 이러한 그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 사이에서 밈이 됐던 '심박수 챌린지'다.
김 대표는 "심박수 챌린지는 나는 물론 '서울의 봄' 제작진, 배우 등 모든 크루가 상상도 못 한 키워드였다. 진짜 예상치 못한 포인트였다. 심박수 챌린지의 시초가 된 관객도 정말 일반 관객이었다. 이건 돈으로 살 수 없는 자발적 바이럴, 밈이었다. 너무 감사해서 마케팅 스태프가 그 관객을 찾아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지금의 1000만은 그분으로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고 곱씹었다.
김 대표는 "하이브미디어코프라는 제작사가 청룡영화상에서 세 번이나 작품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컸지만 개인적으로는 내 인생 최초 청룡 최다관객상 수상이 더 크게 다가온 것 같다. 최우수작품상과 다른 기쁨이었다. 요즘 들어 한국 영화가 많이 어려워졌고 그걸 버티는 제작자들이 많이 없다. 나는 운이 정말 좋아 10년간 여러 영화를 만들며 풍파를 잘 버틴 것 같다. 스스로도 고마웠고 앞으로 또 10년간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를 잘 만들어서 빠른 시일에 최다관객상을 또 받고 싶다는 바람을 갖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심사위원들이 '스크린 국가대표'라는 분에 넘치는 극찬을 해줬다.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나는 그저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다. 국가대표는 너무 과한 칭찬이다. 영화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그게 정말 엄청난 명작이 될 것이라는 욕심보다는 그저 관객을 움직일 힘은 가질 것이라는 단단함이 있었다"며 "'서울의 봄'이 힘든 극장가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제작자로서 10년, 20년이 지나도 관객이 다시 꺼내보고 곱씹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청룡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먼 훗날 다시 꺼내봐도 관객에게 울림과 여운을 남기는 영화가 된다면 '스크린 국가대표' 그 이상의 찬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 누가 영화가 현실이 될 줄 알았겠나. 중·장년 세대는 아무래도 과거 암울했던 역사를 경험한 세대라 비상계엄령이 던지는 메시지를 어느 정도 피부로 체감되겠지만 사실 젊은 세대는 역사책으로만 배운 것 아닌가? '서울의 봄'으로 이러한 역사를 알게 된 젊은 관객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진짜 현실이 됐다. 젊은 세대는 '서울의 봄' 개봉 이후 벌어진 일이라 조금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오시는 젊은 분이 많은데 아무래도 그런 여파가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 뜻하지 않게 충격적인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고 무거운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이번 비상계엄령과 관련된 이들이 부디 현명한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 또 국민도 이 순간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잘 지켜봐 주면 좋겠다. 우리가 지금 이 역사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봄'이 '서울의 밤'으로 패러디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웃픈 상황 아닌가. 엄청난 상실감과 충격을 안긴 그 사건 속에서도 풍자는 멈추지 않는다. 역시 해학의 민족 아닌가. 심박수를 들끓게 한 전두광(황정민)의 포스터가 이제 다른 곳을 향해 가고 있다. 상상도 못 했던 패러디였는데 그것 또한 '서울의 봄'의 운명이 아닌가 싶다"며 "시국이 이렇게 돼 '서울의 봄'에 대한 재상영 문의도 많이 온다. 다만 '서울의 봄'은 이미 개봉한 지 1년이 넘었고 충분히 관객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은 것 같다. 다른 형태의 방식으로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이 시국이라고 억지스럽게 재개봉을 추진하고 싶지 않다. 당장은 계획에 없다"고 소신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어쩌다 보니 이런 시국에 개봉하는 신작 '하얼빈'도 '서울의 봄'과 마찬가지로 관객에게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지게 될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위인이 셋 있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그리고 안중근 장군인데 그 중 내 마음 속 원픽을 꼽자면 단연 안중근 장군이다. 그분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영화를 꼭 만들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하얼빈'을 준비했다. '서울의 봄'도 그렇지만 배우, 스태프, 제작사 모두가 진심과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만든 작품이다. 분명 대한민국 관객의 마음에 뜨거운 '촛불'을 켜는 영화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https://naver.me/F6lhQD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