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 의 배경은 1980년 비상계엄으로 숱한 시민들이 희생된 5.18 민주화항쟁이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는 1980년 당시 몰래 유통되던 5.18 관련 사진첩을 집으로 가지고 왔던 기억을 환기했다. 사진첩을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한강 작가가 보고 받았을 충격에 대해 “그것은 항상 숙제라든가 트라우마처럼 남았을 것”이라 짐작했다.
실제로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기념 강연에서 당시 기억에 대해 “(그 사진첩에서 보았던) 훼손된 얼굴들은 오직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내 안에 새겨졌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 의 실제 주인공이었던 당시 광주상고 1학년 문재학 열사 어머니 김길자 여사는 “우리들이 수십 년 동안 싸워도 국내에 알리지 못했던 일을 작가님이 책 한 권으로 세계에 알려주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6일 노벨문학상 수상 공식기자회견에서 한강 작가는 2024년 계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스웨덴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계엄 상황을 지켜봤던 한강 작가는 1979년에서 80년 사이의 계엄과 2024년 계엄에 대해 “모든 상황이 다 생중계가 되어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을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고 밝혔다.
한강 작가는 알베르 카뮈 이후 가장 젊은 나이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파격적이라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한강 작가의 수상이 노벨문학상을 새롭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부커상 심사위원이었던 타미마 아남은 “한강 작가는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사람” 이라며 2016년 맨부커상 심사 당시 ‘채식주의자’ 가 첫 번째 독회에서 모든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아시아, 여성, 젊음 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어 지금껏 일부 고루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노벨문학상의 위상을 오히려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각지에서 전쟁과 국가폭력이 계속되고 대한민국에서는 비상계엄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MBC 특집 다큐 ‘한강이 온다’는 오늘(16일) 월요일 밤 10시 50분 방송된다.
싱글리스트 강보라 기자 mist.diego@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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