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화극 처참한 시청률
올해 KBS는 ‘환상연가’, ‘멱살 한번 잡힙시다’, ‘함부로 대해줘’를 월화극으로 선보였다. 주연 경력이 짧은 박지훈, 홍예지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환상연가’는 기존 사극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다중인격을 소재로 사용해 차별화를 꾀했으나 맥을 끊는 관계 설정 등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첫 회 시청률 4.3%(이하 닐슨 전국가구 기준)에서 최저 1.4%까지 추락했다.
연기 베테랑들이 대거 나선 ‘멱살 한번 잡힙시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8년 만에 KBS에 복귀한 김하늘의 활약을 기대했으나, 불륜, 살인사건 등 자극적 소재에도 평균 2~3%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김명수, 이유영의 ‘함부로 대해줘’는 더욱 처참했다. ‘MZ 선비’라는 독특한 설정을 내세웠지만, 서사는 공감받지 못했고 주인공의 케미스트리도 찾을 수 없었다. 첫 회 2.3%로 시작한 ‘함부로 대해줘’는 이후 15회차를 모두 1%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0%대 시청률을 가까스로 면하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 부활한 수목극. 그나마 ‘헛된소리’는 남았다
2022년 11월 종영한 ‘진검승부’ 이후 수목드라마를 잠정 중단했던 KBS는 지난 8월 첫 방송된 ‘완벽한 가족’으로 수목극의 부활을 알렸다. ‘SKY 캐슬’의 김병철과 윤세아의 5년만 부부 호흡,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 이후 김영대와 박주현의 재회 등으로 주목받았던 ‘완벽한 가족’은 타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과 경쟁 속에 시청률 2%대에 그치며 쓸쓸히 퇴장했다.
이순재, 김용건, 예수정 등 시니어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선 ‘헛된소리’는 그나마 KBS의 체면을 살렸다. ‘헛된소리’는 활약 만점 시니어들과 경찰견 출신 소피가 그리는 유쾌하고 발칙한 노년 성장기를 담은 시츄에이션 코미디 드라마다. 건강 악화에도 투혼을 발휘한 이순재를 중심으로 노년층이 실제로 겪는 고충과 현실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다만 전 세대를 아우르는 힐링 드라마라는 호평이 이어졌으나, 최고 시청률 4.6%(6회)에 그쳤다.
‘헛된소리’로 반등을 기대한 KBS는 이민기, 한지현이 나선 ‘페이스미’를 편성했다. 성형과 범죄를 결합한 소재는 신선했지만, 초반부터 늘어지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결국 ‘페이스미’는 방송 내내 2~3%대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 효자 주말극? 그것도 옛말
2022년 ‘현재는 아름다워’가 ‘파랑새의 집’ 이후 7년 만에 시청률 30% 벽을 넘지 못한 주말극으로 기록된 이후 KBS 주말극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급기야 이제는 시청률 20%대도 버거운 상황이다.
올해 KBS는 ‘효심이네 각자도생’, ‘미녀와 순정남’, ‘다리미 패밀리’ 세 작품을 주말극으로 방송했다. 지난해부터 방송을 이어 온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억지 전개와 시대착오적 소재로 큰 존재감 없이 최종회 22%로 퇴장했고, 최고 시청률 38.2%를 기록했던 ‘신사와 아가씨’의 김사경 작가와 지현우의 재회로 기대를 모았던 ‘미녀와 순정남’은 감금, 누드 촬영, 납치 등 지나치게 자극적 소재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과거에는 “욕 하면서 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장 소재가 곧 시청률로 이어졌으나, ‘미녀와 순정남’은 그럼에도 평균 시청률 16.9%에 그쳤다.
현재 방송 중인 ‘다리미 패밀리’는 ‘특별기획’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평균 50부작 이상인 주말극 공식에서 벗어나 36부작으로 편성했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제작발표회 당시 기존의 주말드라마와 전혀 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라 자신했지만, 존재감조차 미약한 상황이다. 시청률도 극 후반부를 향해 달리는 현재까지 20%를 넘은 회차는 없었다.
▲ 정통 대하 사극 ‘고려거란전쟁’의 존재감, 하지만 끝없는 논란
지난해 11월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 3월 종영한 ‘고려거란전쟁’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정통 대하 사극의 명맥을 잇는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제작비만 270억 원이 투입된 ‘고려거란전쟁’은 최수종, 지승현 등 배우들의 열연과 스펙터클한 전개로 방송 10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했으며, 대하사극 최초로 넷플릭스 동시 공개를 선택해 동력을 얻었다.
그러나 극 중 양규(지승현 분) 장군이 죽음을 맞이한 16회 이후 원작과는 다른 불필요한 전개와 설정으로 ‘현쪽이(현종과 금쪽이의 합성어)’, ‘고려궐안전쟁’ 등 오명을 얻었다. 급기야 시청자 청원과 트럭 시위 항의까지 받았으며, 원작 소설로 알려진 ‘고려거란전기’의 길승수 작가도 날선 비판을 하면서 원작자와 제작진 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기대를 모았던 귀주대첩 장면도 다소 김이 빠진다는 반응이었다. KBS 측은 “한국 역사상 3대 대첩 중 하나로 꼽히는 ‘귀주대첩’을 재현해 내기 위해 2022년 겨울부터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러닝타임만 무려 30분에 달하는 귀주대첩 신은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상 최초라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병력묘사와 전쟁에 임하는 양국의 전략과 감정까지 느끼실 수 있도록 모든 제작진이 전력을 쏟아냈다”라고 예고했지만, 통쾌한 전투 대신 비를 맞으며 승리를 환호하는 고려군의 모습이 그려져 퇴장하는 순간까지 ‘우천취소전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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