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 대해 누군가는 "국민의 승리"라고 평가했고, 또 다른 이는 "위기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켰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는 혼란을 잠시 잠재운 것일 뿐이며 우리 경제는 이미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일각에선 내란죄 혐의가 있는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유·무형의 경제적·사회적·외교적 손실이 최소 300조원, 최대 9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혼란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감소부터 대외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국채 금리 상승,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국민 불안과 사회적 갈등까지 국민들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직간접적 피해를 겪어야 한다.
당장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우리 정치·경제는 새로운 불확실성에 진입하게 됐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복귀하지만 남은 임기 동안 야당의 더욱 큰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사회 분열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하면 이른바 '데드덕(Dead Duck·레임덕보다 극심한 권력 공백)' 수렁에 빠지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정치적 책임을 회피한 윤 대통령과 '질서 있는 퇴진'을 내세운 국민의힘이 호응한 사이 안보를 구성하는 군 통수권과 외교권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한국의 리더십 부재는 '트럼프 2.0 시대'와 맞물려 한·미 관계를 약화시키고 무역정책 변화에 대한 신속하고 정교한 대응력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전의 탄핵과 경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는 중국의 경기 호황과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큰 피해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2025년은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 정치적 불안정성은 1%대로 내려앉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에 추가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6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기적인 계엄령 도박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들이 할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7년 동안 개발도상국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비상계엄이 시계를 1948년으로 돌려놨다"고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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