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현은 지난달 29일 개최된 제45회 청룡영화상에서 생애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신인남우상 트로피를 거머쥐며 떨리는 마음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심사위원들은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노상현에 대해 "상대적으로 호불호가 강한 퀴어 코드임에도 자신만의 매력으로 장르적 호감을 만들어냈다. '대도시의 사랑법'을 통해 배우로서 발전 가능성을 봤고,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수상 후 스포츠조선과 재회한 노상현은 "많은 분들이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축하 인사를 보내주셔서 열심히 답장했다"며 "시상식 당일에는 소속사 직원들과 뒤풀이를 했고, 어머니도 현장에 잠깐 들르셨다. 홍보팀 직원들은 일 하면서 자주 보는 편인데, 재무팀 직원들은 아니지 않나. 밤늦은 시간이었는데 나를 축하해 주러 인천에서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인사를 전했다.
노상현은 신인남우상 수상자로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수상 영상을 되돌려봤다는 그는 "말을 너무 못 했더라(웃음). 자기소개도 못했다. 뭔가 횡설수설하고 싶지 않았는데, 할 말을 찾느라 힘들었다"며 "이언희 감독님과 (김)고은 씨에게 고맙다고 말했는데, 그때 딱 무대 아래에서 날 바라보는 고은 씨의 시선이 너무 뜨거웠다. 시상식 당일에도 고은 씨한테 의지를 많이 했는데, 고은 씨 옆자리 아니면 내가 어디 앉을 수 있을까 싶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언희 감독에게 축하 연락을 받았는지 묻자, 노상현은 "받았다. 감독님이 충분히 상 받을 자격 있다고 따뜻하게 응원해 주셨고, 12월에 다 같이 쫑파티를 하기로 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주옥같은 명대사들로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특히 김고은이 노상현을 향해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라고 말한 대사는 관객들에게 뭉클함과 짙은 여운을 선사하기도 했다. 노상현 역시 "재희 같은 소울메이트가 한 명 있으면 정말 복 받은 기분일 것 같다. 촬영하면서도 이런 사람이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이어 작품이 주는 의미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영화를 좋아해 주신 것만으로도 내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여한 없이 무대인사를 하는 동안 관객 분들이 주신 편지를 보면서 큰 힘을 얻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나서 너무나 큰 보람을 느꼈고, 앞으로도 '대도시의 사랑법'처럼 의미 있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들을 선택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데뷔 이후 첫 '청룡' 나들이인 만큼, 뜨거운 축제의 열기를 즐기기도 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화면에 잡히는 게 안 나와서 카메라에 안 찍힌 줄 알았는데,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많이 잡혔다고 하더라. 시상식 내내 너무 즐거웠다. 1부 오프닝 이찬혁 씨의 '파노라마' 공연도 좋았고, 지코 씨는 무대 중간에 날 픽해줘서 좋았다(웃음). 사실 지코 씨와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 지코 씨의 친형과 어렸을 때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고, 지코 씨랑도 많이 놀았다. 시간이 지나 서로 연락을 안 하고 지내다가, 그 친구도 그렇고 나도 연예계 활동을 하게 됐다. 지코 씨가 내가 (신인남우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내 좌석을 미리 봐둔 것 같더라. 시상식 끝나고 나서 '형 우리 텔레파시 통했다'고 디엠(소셜미디어 다이렉트 메시지·DM)이 왔다. 그래서 '너 날 기억해?'라고 말했더니,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해줬다. 그 친구를 몇십 년 만에 처음 본 거라 더 좋았다"고 말했다.
노상현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긴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걸었다. 그는 "'파친코'를 했을 때도 느꼈지만, 난 특이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오랜 경력을 쌓아서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도 아니었는데, 너무나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다시 한번 선물처럼 찾아와 준 작품이 '대도시의 사랑법'이었다. 어렸을 때 연기가 하고 싶었던 이유는 재밌을 것 같은 순수한 마음이 들었고, 내가 아닌 다른 인물로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사랑법'에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즐기면서 연기를 했는데, '이게 맞다'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청룡영화상에서 신인남우상 트로피를 들어 올린 소감도 전했다. 노상현은 "배우로서 인정받았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그날만큼은 나 자신에게도 '고생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사실 상을 받았다고 해서 뭐가 된 건 아니지 않나. 최대한 부담을 안 느끼려고 하고, 상에 대한 의미부여를 안 하려고 하는 편인데, 그래도 의미를 두자면 나에게 '더 파이팅 하자'고 다독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워낙 명예로운 상인 만큼, 감사하게 생각하고 계속해서 더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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