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팬 소통을 위해 만든 새 계정이 아이러니하게도 지독한 불통의 산물이다. 그룹 뉴진스의 새 계정 '진즈포프리(jeanzforfree)'를 보는 업계와 팬들의 시각이 엇갈렸다.
뉴진스는 지난 14일 새 SNS 계정 '진즈포프리'를 개설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어도어로부터 본격 독자 활동을 선언한 셈이다. 뉴진스는 현재 소속사에서 관리하던 전용 소통 플랫폼 '포닝'을 사용하지 않고, '진즈포프리'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공식 SNS 계정에서는 볼 수 없던 친근한 모습으로 벌써 300만 팔로워를 모았다.
이들의 첫 게시물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를 독려하는 글이었다. 뉴진스는 "버니즈와 케이팝 팬 여러분을 위한 작은 선물. 아티스트 상관없이 응원봉만 있으면 '버니즈' 이름으로 수령하실 수 있다"며 여의도 일대의 김밥, 삼계탕, 만둣국, 음료 등을 선결제했다고 공지했다.
다섯 멤버는 영상을 통해 "진짜 우리다. 오랜만에 하니 어색하다. 여러분 보고 싶었다. 여기서 더 자주 만날 것"이라고 알렸다. 민지는 첫 게시물을 올리며 "이날만을 기다렸다"고 적었다.
지난 16일 민희진 전 대표의 생일을 축하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뉴진스'라는 이름은 빠지고, 민희진이 디렉터로 이름을 올린 화보도 공개했다. 민 전 대표는 해당 계정을 팔로우하지 않았지만, 모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며 멤버들과 굳건함을 과시했다.
밝게 돌아온 멤버들의 모습에 팬들은 반가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어도어와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우려 섞인 시선이 뒤따르고 있다. 어도어는 18일 "어도어가 개설한 뉴진스의 공식 SNS 이외의 모든 계정은 전속계약상 사전 협의 없이 개설된 것으로 해당 계정 및 콘텐츠 게재와 관련해 광고주 등 제 3자 문의와 항의가 실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계정을 통한 별도의 연예활동은 법률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아티스트와 법정대리인 분들께 우려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뉴진스는 지난달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사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뉴진스 측은 어도어가 아티스트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전속계약 위반 사항에 대한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29일 자정 부로 전속계약은 해지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은 "선언만으로 전속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주장은 연습생 시절부터 투자를 진행하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산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다준다"며 "현재 뉴진스와 같은 접근은 우리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매우 악질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뉴진스가 생떼 같은 무책임한 주장을 철회하고 정상적인 활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13일 "대한민국 대중음악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탬퍼링 근절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는 최근 한 매체에서 보도된 탬퍼링 의혹에 대한 정확한 입장과 사실관계를 밝히기 바란다. 뉴진스는 전속계약의 충실한 이행을 담보하고 기획사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협의하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경우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기다려야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는 음악방송(엠카운트다운, 뮤직뱅크, 음악중심, 인기가요, 더쇼, 쇼!챔피언, 더트롯쇼, ENA케이팝차트쇼 등 총 8개 프로그램) 및 국내 주요 음악시상식(써클차트 뮤직어워즈, MAMA, 골든디스크)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음콘협은 "탬퍼링 의혹이 제기된 기획사 및 관련 아티스트의 앨범, 음원 판매량을 집계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어도어는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유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소속 아티스트와의 문제가 법적 판단을 통해 해결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나, 회사와 아티스트 간의 전속계약이 일방의 주장만으로 가볍게 해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아티스트는 물론 여러 이해당사자들께 확인해 드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뉴진스와 함께하겠다는 어도어의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 것과 별개로, 아티스트 분들과의 충분하고 진솔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도어 임직원들의 수차례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티스트 분들과의 소통의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저희는 아티스트와 당사 간에 쌓인 불필요한 오해들을 해소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현재 뉴진스는 각종 협회의 성명은 물론 어도어의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업계의 비판과 여타 법적 분쟁 속 '소중한 것을 지키겠다'는 이들의 행보는 용감하지만, 분명 리스크를 안고 있다. 더군다나 가족회사 설립설, 민 전 대표의 탬퍼링 의혹 등이 수차례 불거진 만큼 이들이 외치는 자유와 '대퓨님'은 이전과 다른 무게를 갖는다. 최근 뉴진스가 회사를 거치지 않고 명품 브랜드와 앰배서더 계약을 직접 체결했다는 소식마저 전해졌다. 전속계약 해지 여부가 불분명한 현시점에서 강행한 독자 활동이 멤버들의 앞날에 독이 되어 돌아오진 않을지 걱정이 앞서고 있다.
김지우 기자(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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