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무적의 논리’를 펼치며 독자 활동을 시작한 그룹 뉴진스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와의 아찔한 줄타기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속계약 해지를 일방 선언한 뉴진스 멤버들은 최근 뉴진스란 이름 대신 본명 나열과 뉴진즈란 새 이름, 팬덤 버니즈의 이름 등을 빌려 활동 중이다.
콘서트 게스트 무대나 화보 등에 뉴진스를 빼고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이란 이름을 사용했고, ‘진즈포프리’라는 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개설했으며, 최근엔 뉴진스 대신 버니즈란 이름으로 기부 활동을 해 화제를 모았다.
이들이 계약 기간을 5년여 남겨 두고도 어도어를 떠나겠단 이유는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없는 어도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로 정리된다. “소속사가 아티스트 보호 의무를 이행 못해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지만, 업계는 민 전 대표의 부재가 이들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뉴진스 멤버들이 펼치고 있는 주장들은 사실상 ‘무적의 논리’에 가깝다. 회사가 자신들에게 맞춰주지 않았으니 위약금도 낼 필요가 없고, 잘못한 게 없으니 계약 소송을 따로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도어와 하이브가 자신들에게 한 투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투자금을 초과하는 이익”을 돌려줬으니 이 역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도 이들이 최근 내놓은 주장이다.
기자회견 이후 어도어가 전속계약유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어도어가 계약 사항을 위반했는지 여부 등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어도어는 뉴진스와의 계약이 오는 2029년 7월 31일까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사법기관으로 공이 넘어갔기 때문, 답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공방이 있겠지만, 수년이 걸리더라도 결론이 날 것이다. 뉴진스나 어도어 모두 재판부의 판단에 수긍하면 될 일이다. 활동 제약이나 이미지 타격, 매출 감소 등이 서로에게 리스크가 되겠지만 저질렀으니 수습도 각자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뉴진스 멤버들이 쏘아 올린 공이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이 미칠 파장은 어찌해야 하나 싶다. 일부 제작자들은 뉴진스의 행동을 ‘생태계 교란’이라 표현하며 불편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은 ‘계약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이들의 행동이 활동 중인 K팝 가수들이나 연습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뉴진스의 행동이 받아들여져 제2, 제3의 뉴진스가 나타난다면 시장 붕괴는 시간문제일 것이란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투자의 개념을 뒤흔드는 이들의 발상 역시 업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돈을 벌어줬으니 당당하단 입장인데, 연예 제작자 다수는 이 논리라면 “어떤 제작자도 쉽게 투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에게 하는 투자는 ‘자본 투자’의 성격을 지닌다. 통상적인 전속계약 기간인 7년 이내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원금 손실은 제작자가 감당해야 한다”라면서 “위험이 큰 투자이니만큼 큰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연예인이 스스로 그 투자 수익을 책정해 ‘할 만큼 했다’는 식이라면 누가 K팝 사업에 쉽게 투자할 수 있겠나”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해당 제작자 외에도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 음콘협(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 연예계 관련 단체들이 나서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멤버들이 업계에 부정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중단과 해명을 요구한 상태다. 일부 협회는 뉴진스의 행동을 ‘생떼’로 정의하며 날선 비판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뉴진스 멤버들은 여전히 마이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현 어도어 소속 매니저와 전 어도어 소속 매니저 등을 통해 명품 브랜드와의 광고 직접 계약(2자 계약)을 시도하려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뿐 아니라 법조계 역시 뉴진스의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데,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 계약 위반 정황이 계속 확인되는 것은 계약 소송과 위약금 소송 모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시각을 내놓고 있다. 데뷔 2년차인 지난해 멤버 개인당 50억 원의 정산금을 가져간 뉴진스 멤버들의 위약금은 약 50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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