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결국 국회에서 통과됐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여당의 당론은 마지막까지 탄핵을 반대하는 거였다. ‘이탈표’는 단 12표에 그쳤다.
그래도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을 향해 사과하는 척이라도 할 줄 알았다. 이런 순진한 기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국민의힘의 이후 행태에선 어떤 책임감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한 건 배신자 솎아내기였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그나마 상식적으로 비친 인물이다. 사태 직후 계엄 해제를 신속하게 요구했고, 일주일 정도 흔들리긴 했지만, 끝에 가선 대통령 탄핵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했다. 국민의힘이 신뢰를 회복하고 빠르게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선 한동훈 전 대표의 역할이 필요했다. 하지만 탄핵소추안 표결 직후 의원총회에서 이성을 잃은 탄핵 반대파의 난동에 가까운 반발이 이어지면서, 한동훈 지도부는 붕괴됐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혹자는 지지층의 ‘온도 차’를 언급한다.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이 이 사건에 대해 갖는 생각은 일반 국민의 그것과 다르다는 거다.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계엄 선포까지 했겠느냐는 식의 정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민의힘 사람들도 반성과 쇄신보다는 ‘묻지마’ 단결과 배신자 색출을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니겠냐는 얘기다.
결국 문제는 진영 논리다. 영남 유권자라고 특별히 왜곡된 민주주의관을 가졌겠는가? 이준석 카드로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을 것 같았을 때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주장을 용인해줬던 게 또 영남의 국민의힘 지지층이었다. 결국 ‘우리 편’이 주장하는 바를 따를 뿐이다. 이 점에서 결국 책임은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 있다.
여당으로서 마지막까지 국정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라면, 지금까지 국정을 책임져온 여당으로서 진지한 사과와 반성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그러나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가 보수언론으로부터도 “탄핵 재판 지연작전”(조선일보),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고 훼방하기 위한 몽니”(동아일보)라는 등의 면박을 당한 걸 보면, 사과와 반성은커녕 직무 정지된 대통령의 방탄 전략을 거들고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도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입장문에서 처음 정치 참여 선언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는 무너져 있었고, 자영업자의 절망과 청년들의 좌절이 온 나라를 채우고 있었다” “전 정부의 소주성 정책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부동산 ‘영끌 대출’로 청년과 서민들이 신음하고 있었다”고 했다. 여전히 ‘전 정부 탓’ ‘민주당 탓’이 아니면 정치적 정당성을 내세울 수 없는 상태임을 보여준 거다.
이미 지나간 문재인 정권 혹은 이재명식 정치에 대한 평가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유권자의 판단에 반영될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남 탓이 내란 혐의자와 그를 비호하는 이들에게 어떤 기능적 이점을 제공하느냐다. 이러한 남 탓은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앞서 본 ‘오죽했으면…’과 한 쌍을 이루고 있다. 그 문재인, 이재명이 오죽했으면…! 국민의힘의 세상만사 ‘이재명 타령’은 이와 같은 맥락에 있는 행태다.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걸 동원하는 이유가 뭘까?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세계’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적으로 치열하게 다투지 않았기 때문에, 또 여론전을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당했다고 보는 게 아닐까?
이들의 전략은 먹힐까? 그럴 리 없다. 헌법재판소는 방탄이 성공하는 곳이 아니다. 가령,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지연 전략과 여론전은 있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사 및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은 것도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고 봤다. 대한민국은 고칠 게 많은 나라지만, 그렇게 만만한 나라도 아니다. 확인시켜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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