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시청률·MBC 작품성 좋은 평가…지상파 자존심 지켰다
올해 드라마계에선 지상파 채널들의 재도약이 돋보였다. 가장 선봉에 채널은 현재 금토드라마 블록만 살아 있는 SBS로, 올해 방영한 대부분의 드라마가 호성적을 냈다. '재벌X형사'(11%, 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 '커넥션'(14.2%), '굿파트너'(17.7%), '지옥에서 온 판사'(13.6%), '열혈사제2'(12.8%)까지 '7인의 부활'(4.4%)을 제외하곤 모두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작품들이 방영 내내 화제성까지 휩쓸며 SBS의 올해 '드라마 농사'가 풍작을 이뤘다.
MBC는 '드라마 왕국' 재건에 나섰다. 현재 일일드라마와 금토드라마 블록을 살려둔 MBC는 금토드라마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하늬의 복귀작 '밤에 피는 꽃'은 여성 서사를 앞세워 재미와 흥행을 다 잡았고, '원더풀 월드'와 국민드라마 '수사반장'의 프리퀄 '수사반장 1958'도 화제를 모으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겼다. '우리, 집'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와 감각적인 연출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웰메이드' 작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부작 드라마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는 유쾌한 소재로 웃음을 줬으며, 현재 방영 중인 '지금 거신 전화는'은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그리며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다. MBC는 다채로운 장르를 아우르며 드라마판에서 강세를 보였다.
KBS는 현재 일일드라마(1TV, 2TV), 주말드라마, 수목드라마 블록을 모두 운영 중이지만 지상파 3사 중 흥행 콘텐츠는 가장 빈약했다. 올해 상반기 방영한 월화드라마 중 5%를 넘긴 작품이 없을 정도였다. 이에 KBS는 월화드라마를 폐지하고 수목드라마를 부활시켰으나, 이후 방영된 세 작품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현재 방영 중인 주말드라마와 일일드라마 역시 각각 20%,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전 중이다.
◇ '눈물의 여왕'·'선재 업고 튀어'부터 '정년이'까지…히트작 풍년 tvN
tvN은 올해 방송사 중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히트작들을 많이 내놓았다. 새해 첫날 방송을 시작한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초반부터 순항했다. '절친'과 남편에게 배신당한 여성의 복수극을 그린 극은 5.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했지만, 최고 12%까지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4월 론칭한 타임 슬립 로맨스 '선재 업고 튀어' 역시 방송 내내 화제성을 휩쓸었다. 청춘의 싱그러움이 담긴 하이틴 장르에 8090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소재, 미래를 넘나드는 쌍방 구원 서사를 더한 극은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비록 최고 시청률은 5.8%에 그쳤으나, 이를 뛰어넘는 체감 인기를 누렸다.
무엇보다 가장 큰 신드롬을 일으킨 건 김수현 김지원 주연의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이었다. 박지은 작가의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눈물의 여왕'은 화려한 배우진, 제작진 라인업을 자랑하며 닻을 올렸다. 극은 '이혼 위기 속 다시 시작되는 부부의 사랑'이라는 흥미진진한 설정에 재벌가를 둘러싼 암투, 따뜻한 가족애를 적절하게 녹여낸 이야기와 배우들의 호연 덕에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었고, 최종회가 24.9%를 기록하며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화제성 역시 5주 넘게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올랐다.
'정년이'도 빼놓을 수 없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가난했지만 낭만이 있던 시대, 최고의 국극 배우로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 작품으로,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는 국극단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짜임새 있는 서사, 완성도 높은 국극 공연 무대 등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호평받았다. 최종회는 16.5%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정년이'도 원작 웹툰의 중요한 캐릭터인 부용을 삭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는 완전히 자유롭진 못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정년이' 역시 방송되는 동안 시청자들에게 크게 주목받았다.
◇ '한 방' 없던 JTBC, '낮밤녀'·'정숙한 세일즈'로 반등
올 한 해 JTBC 드라마는 '무난'했다. '닥터슬럼프'는 박신혜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시작했으나, 클리셰를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가 큰 반향을 일으키진 않았고, 한 자릿수 시청률을 못 벗어났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가족X멜로', '끝내주는 해결사', '비밀은 없어', '놀아주는 여자', '조립식 가족'은 다채로운 장르와 흥미로운 이야기, 완성도로 마니아층 사이에서 호응을 얻었으나 시청률이 2~5%에 머무르며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다만 흥행과 재미를 동시에 잡은 작품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눈에 띄는 작품은 지난 8월 종영한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이하 '낮밤녀')다. 어느 날 갑자기 노년 타임에 갇혀버린 취준생 이미진과 낮과 밤 그에게 휘말린 '능력캐' 검사 계지웅의 기상천외한 인턴십과 앙큼달콤 로맨틱 코미디를 그린 '낮밤녀'는 한 인물이 20대와 50대를 오간다는 판타지 소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이정은과 정은지 등 배우들의 맛깔난 캐릭터 소화력이 더해져 입소문을 탔다. 덕분에 마지막 회가 11.7%로 시청률 두 자릿수를 넘기며 막을 내렸다.
제대로 여성 서사를 앞세운 '정숙한 세일즈' 역시 호응을 얻은 작품 중 하나다. 11월 끝난 '정숙한 세일즈'는 1992년 한 시골 마을에서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씨스터즈' 4인방의 자립과 발전,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금기'를 깨고 과감하게 나아가며 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줬고, 드라마는 완성도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마지막 회는 8.6%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도 그 울림이 닿았음을 증명했다.
◇ OTT 드라마=킬러 콘텐츠는 옛말…화제성 '주춤'
업계 불황 속에서도 OTT들은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다만 올해 OTT 작품들은 큰 돌풍을 일으키진 못했으며, 인기에 따른 파급력도 크지 않았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드라마들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경우도 있었다.
국내 OTT 업계 1위 넷플릭스는 명성에 걸맞게 올해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하반기에는 '스위트홈3',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경성크리처2', '지옥2', 'Mr.플랑크톤', '트렁크'가 연이어 론칭했다. 드라마들은 대체로 무난한 성적을 거뒀지만, 모두 대중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다. 인기 시리즈를 이어가는 '스위트홈3'는 공개 전 큰 기대 속에 오픈했으나, 앞선 시즌에서 벌려 놓은 이야기가 제대로 전개되지 않으며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줬다. 이로 인해 공개 후에 성적도, 평가도 시즌 1에 미치지 못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오픈 후 완성도가 아쉽다는 지적 속에 오히려 대중의 관심이 떨어졌고, 700억 원대 제작비를 쏟아부은 '경성크리처'는 시즌 1에 이어 시즌 2 역시 이야기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하반기에 공개된 넷플릭스 작품들은 화제성조차 장악하지 못하며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이에 오는 26일 공개를 앞둔 '오징어 게임 2'가 넷플릭스의 자존심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티빙의 상황은 넷플릭스보다는 낫다. 상반기에는 '이재, 곧 죽습니다', 'LTNS', '피라미드 게임' 등의 오리지널 드라마가 연이어 인기를 끌며 티빙 1분기 신규 유료 가입자가 지난해 4분기 대비 50% 늘었다. 세 드라마는 작품성 역시 입소문을 타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다. 하반기에도 로맨틱 코미디 '손해 보기 싫어서'와 '좋거나 나쁜 동재'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러나 기대작 '우씨왕후'는 공개 직후 '뜨거운 감자'가 됐다. 공개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것은 물론 불필요한 정사 장면과 여배우들의 과한 노출이 입방아에 오르며, 높은 성적과는 별개로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파트는 올해 '열일'하며 다양한 작품을 내놨다. 그 결과 '킬러들의 쇼핑몰', '지배종', '폭군', '강남 비-사이드' 등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로얄로더', '화인가 스캔들', '강매강' 등은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으며, 400억 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송강호 주연작 '삼식이 삼촌'도 공개 후 호불호가 나뉘며 흥행에 실패했다. 더불어 올해 나온 모든 드라마들이 최대 흥행작 '무빙'만큼의 파급력을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디즈니+는 내년에도 이를 뛰어넘는 작품을 론칭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쿠팡플레이는 올해 네 작품을 선보였으며 오리지널 작품인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방송사와 동시 방영한 '하이드', '새벽 2시의 신데렐라'가 안정적인 성적을 거뒀고, 현재 공개 중인 '가족계획'은 쿠팡플레이 차트 1위(12월 18일 기준)를 차지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하지만 쿠팡플레이도 드라마계를 들썩이게 한 화제성이 큰 작품은 전무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페이스미'는 KBS와 동시 방영했으나,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진 못했다.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421/00079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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