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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성경이 '알라딘'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누군가는 기성 배우들과 이성경을 비교하면서 이성경의 부족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성경은 이번에 첫 뮤지컬 도전이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고 또 힘겹다.
지난달 22일 개막한 뮤지컬 '알라딘'은 알라딘 지니 자스민의 아름다운 사랑과 진실된 우정을 다루는 작품이다. 전 세계 4대륙, 11개 프로덕션에서 공연, 약 2천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마침내 국내에 상륙한 '알라딘'은 캐스팅부터 화제를 모았다. 오리지널 크리에이터가 찾아냈고 지금의 라인업이 완성됐다. 알라딘 역에 김준수 서경수 박강현, 지니 역에 정성화 정원영 강홍석, 자스민 역에 이성경 민경아 최지혜 등 37명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앞서 앤 쿼트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 프로듀서 등이 한국에서 직접 10차례에 걸쳐 오디션을 진행했고 모두 각자의 기량을 인정받으며 발탁된 것이다. 이들은 올해 8월부터 탭댄스 클래스를 비롯해 사전 연습부터 정식 연습까지 강도 높은 시간을 거쳤다.
그리고 베일을 벗은 '알라딘' 주역들은 기대 이상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자스민 역을 맡은 이성경이다. 이성경은 그간 매체 연기에서 선보였던 이성경만의 발랄한 매력을 한껏 발휘했다. 한 편의 마법 같은 이야기 속에서 자스민 그 자체가 된 이성경은 아그라바를 누비는 자유로운 나비가 됐다. 이 가운데 이성경을 기성 뮤지컬 배우들과 비교하는 시선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성경은 '알라딘'이라는 대작을 운 좋게 거머쥔 배우가 아니다. 직접 오디션을 준비했고 개막 이후에도 그 누구보다 연습에 매진하며 관계자들의 응원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이성경이 갖고 있는 내공도 무시할 수 없다. 2014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연기를 시작해 '역도요정 김복주' '낭만닥터 김사부2·3' '별똥별' 등을 거치며 이성경은 조용히 성장했고 지난해 '사랑이라 말해요'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첫 뮤지컬 작품으로 이성경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물음표가 생긴다. 이성경은 견고하게 잘 쌓은 필모그래피의 연장선을 그리는 것보다 도전과 쇄신을 꾀했다. 매체 연기와 뮤지컬 연기가 확연하게 다른 영역에 있기 때문에 이성경에게 뮤지컬 데뷔는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터다.
그럼에도 이성경은 당당하게 오디션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실력을 인정받았다. 앤 쿼트는 올해 상반기 국내 취재진과 화상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면서 "한국 배우들의 풀이 정말 넓다고 생각했다. 다들 너무 잘해서 고르기 힘들었다"라고 오디션 당시를 떠올렸다. 케이시 니콜로 연출가는 캐스팅 기준에 대해 "에너지와 개성을 기준으로 두고 선발했다"라면서 배우들의 매력을 주안점으로 보며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성경이 기라성 같은 배우들 사이에서 합격을 따낸 비결이다.
이성경의 자스민은 인물이 갖고 있는 사랑과 공감, 교류의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물론 기존 뮤지컬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성량 등의 아쉬움이 있지만 접근법이 다르기에 통통 튀는 매력이 있다. 이성경이 왕관의 무게를 견디고 진정한 자스민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어떨까.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