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SBS 연기대상'과 '2024 KBS 연예대상'이 지난 21일 저녁 동시 개최됐다. KBS는 탄핵 정국 여파로 시상식 전 레드카펫 미진행 소식을 전했고, 올해 다수의 드라마를 흥행시킨 SBS는 많은 배우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일정대로 포토월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과 양곡법 개정을 촉구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 행진시위가 예정됐다. 양곡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이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달 19일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고 가격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쌀값 하락을 막고 농민들의 수익을 보장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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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열어라"라는 구호가 밤새도록 이어졌다. 시민 연대 발언도 진행됐다. 발언대에 선 한 덕성여대 재학생은 자신의 신상정보를 밝히며 "신상정보를 밝힌 이유는 농민들과의 시위가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저 뒤에 방패를 든 경찰들은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가? 내란공범이 됐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일갈했다.
이 모든 과정이 SNS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연대의 손길이 이어졌고, 한파에 저체온증을 호소하는 시민들을 돕기 위한 후원 물품과 지원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이 몸을 녹일 수 있는 후원 난방 차량도 속속들이 도착했다. 남태령 역 여성 화장실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여성용품들이 쌓였다. 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을 향한 후원금 인증 릴레이도 X(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시민을 돕는 이는 시민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밤 남태령 역에서 차량으로 30분~1시간 걸리는 KBS 신관 공개홀과 상암 SBS 프리즘타워에는 저들의 처절함이 들리지 않았다. 양사는 시상식을 중계하기 바빴고, 시상식에 참석한 이들은 무덥도록 따뜻한 실내에서 얇은 옷가지 위로 맨살을 드러내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시리도록 추운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고도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가는 농민과 시민이 즐비한 상황 속, 그 누구도 현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남길과 김영옥, 지승현, 권율이 '일상의 기쁨', '안갯속에 있는 연말', '어수선한 시기', '따뜻한 봄' 등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을뿐, 완벽한 그들만의 '가짜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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