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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유진은 SM엔터테인먼트 시절 민 전 대표와 친분을 쌓은 인연으로 응원을 보낸 듯하다. 역시 걸 그룹 출신 옥주현은 '대선배'로서 힘을 보태 준 것으로 보인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들 역시 걸 그룹 출신이니 연예 기획사보다 걸 그룹의 손을 들어주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내용이 사뭇 다르다. 자칫하면 내정 간섭이 될 수 있다.
이번 다툼은 수천억 원이 걸린 '쩐의 전쟁'이다. 바다, 유진, 옥주현은 어도어나 뉴진스나 민 전 대표와 직접적인 경제 관계가 없다. 친분이나 가수로서의 동병상련 때문이라면 개인적으로 전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응원할 일이지 공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기존 연예계의 생태나 생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다.
연예인과 소속사와의 전속 계약 분쟁은 유독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잦고 컸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의 의견을 수렴해 표준 계약서를 만들었고,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는 실정이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분쟁이 발생한 배경에는 아직도 계약서에 부족함이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개인이나 다른 연예 기획사가 가타부타 말할 성질이 아니다. 일단 어도어와 뉴진스 사이에서의 대화는 불가능에 가깝다. 서로의 의견이 완전히 다른 곳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도어의 소송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굉장히 중요한 방향 지시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발생할 유사한 투쟁의 잣대가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극단적 가정으로 어도어라는 연예 기획사 하나 없어진다고, 혹은 뉴진스라는 걸 그룹 하나 해체한다고 해서 K-팝에 엄청난 손실을 끼칠까? 그런다고 전 세계 소비자들이 K-팝에 등을 돌릴까? 그러나 K-팝에 투자하고자 했던 외국인이나 외국 회사가 움찔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옥주현은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 때문에 누리꾼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듭 야단을 맞은 바 있다. 또한 뮤지컬 '엘리자벳' 때는 이른바 '캐스팅 갑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근 작품으로는 흡연 연습 공개로 역시 갑론을박을 야기했다. 핑클은 DSP엔터테인먼트 전신인 대성기획을 통해 데뷔했다.
만약 당시의 고 이호연 대표가 핑클을 제작하지 않았다면, 혹은 핑클 리드 보컬에 옥주현 말고 다른 멤버를 세웠다면 오늘날의 '거물' 옥주현이 있을 수 있었을까? 게다가 1990년대 말의 가요계와 현재의 업계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지금은 연예인이 스타덤에 오르면 기획사에 대해 무조건 '슈퍼 갑'이다. 현재 환경은 핑클이 데뷔한 1998년과 확연하게 다르다.
뉴진스가 옳은지, 아니면 어도어가 성실했는지는 당사자들이나 최측근 외에는 모른다. 주변에서 띄엄띄엄 본 사람마저도 섣부르게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왜? 핑클 때에 비해 지금은 투자금이나 수익금의 규모가 수십 배에서 수백 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20세기와 달리 현재는 연예인에게 많이 나누어 주고, 정확하게 계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옥주현은 과거에 요정이 아니라 사람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요정은 판타지이지만 그 판타지에서 자신의 소속사 대표인 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라는 의미의 조언은 선배로서 매우 훌륭하다. 그런데 그 통증의 원인 제공자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지, 걸 그룹 선배가 예단할 일은 아니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