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절차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헌법재판관 후임 임명을 두고 여야 대치가 심해지면서 신속 재판에 제동이 걸렸다. 탄핵 심판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심판 청구서를 받지 않으면서 개시 여부도 불투명하다.
국회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3일 정계선(55·사법연수원 27기)·마은혁(61·연수원 29기)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오는 24일에는 조한창(59·연수원 18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3명 후보가 헌법재판관에 임명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국민의힘이 입장을 바꾸면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며 인사청문회 불참을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강행할 경우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국회의 임명 갈등으로 헌재의 ‘탄핵 심판 시간표’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헌재는 이달 안에 후임 헌법재판관 임명이 완료될 것을 전제로 하고 타임라인을 세웠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약 2주일 만인 오는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시작으로 탄핵심판 문을 열 예정이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소추안 접수 직후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며 빠른 절차 진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헌재는 변론준비기일을 통해 후임 재판관 임명 때까지 시간을 벌 계획이었다. 변론준비기일은 변론기일에 앞서 헌재와 청구인, 피청구인 양측이 모여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계획 등을 논의하는 절차다. 6인의 재판관이 사전 절차를 논의하면서 후임 재판관 임명을 기다리고 효율적인 변론 진행도 도모한다는 복안이었다.
여야 강대강 대치로 헌법재판관 임명이 늦어질 경우 변론준비기일만 수차례 진행하고 본격적인 변론기일에 들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헌재법에 따르면 헌재는 재판관 7인 이상이 참석해야 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 심판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인용할 수 있다. 지난 10월 헌재가 ‘7명 이상 심리 가능’ 조항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 상태지만 6명 재판관이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일단 변론기일을 먼저 진행하고 후임 재판관이 뒤늦게 합류해도 재판 지연이 불가피하다. 공판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재판부 구성이 바뀌면 ‘갱신’이 필요하다. 새 재판관 임명 전에 논의된 증거 등에 대해 다시 조사를 거쳐야 한다. 사실상 ‘리셋’이다. 앞선 변론기일보다 간략하게 진행될 수 있지만 윤 대통령 측이 엄격한 갱신을 요구할 경우 여러 차례 기일이 소요될 수 있다.
‘송달’ 변수도 여전하다. 윤 대통령은 헌재가 지난 16일 발생한 탄핵 심판 청구서는 물론 지난 17일 보낸 준비명령 문서도 받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에 보낸 문서는 ‘수취인 부재’로 대통령 관저로 보낸 문서는 ‘기타(경호처 수취 거부)’로 반송되고 있다. 송달이 완료되지 않으면서 변론준비기일이 연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식적인 탄핵 심판 절차가 시작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변론준비기일이 열리더라도 윤 대통령 측이 ‘송달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을 경우 소득 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8일 헌재에서 열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준비기일도 국회 측의 대리인 불참으로 3분 만에 끝났다. 준비 절차를 주재하는 수명재판관인 김복형 재판관이 변론준비기일을 통지하고 출석을 고지했으나 국회 측이 불참했다.
헌재는 이날 중 송달 완료 시점에 대해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시송달 ▷전자송달 ▷유치송달 등이 가능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공시송달은 당사자의 주소·근무장소를 알 수 없을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법원 게시판 등에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공시 후 2주일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한다. 전자송달은 헌법재판소가 온나라시스템을 통해 17일 대통령실에 문서를 전송한 것을 송달로 보는 것이다. 민사소송법상 당사자의 사전 동의가 있을 경우 전송 자체를 송달로 볼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유치송달은 당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서류 수령을 거부할 경우 송달 장소에 서류를 두고 가는 것을 말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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