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이 언제부턴가 상 퍼주기와 인기 투표 식 시상으로 대중 공감대를 잃어버렸다. 우수한 인재에게 상을 준다는 시상식 본연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젠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송사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조세호가 '2024 KBS 연예대상'에서 '1박2일'로 쇼·버라이어티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대중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가 지난 8월에 '1박2일'에 처음 합류해 초반 2주는 해외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불참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난 10월에는 신혼여행으로 인해 다시 불참했다. 그동안 그가 소화한 '1박2일' 일정이 그를 최우수상으로 이끌 만큼 설득력 있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업계 내외에서는 실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준을 보고 수상자를 선정하는 게 아니라 단순 '인기'를 기준으로 시상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생겨났다. 대중은 "열심히 한 건 알겠는데,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최우수상을 주나", "다른 멤버는 어쩌고 조세호냐"라며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SBS 연기대상'은 인기 투표 식 시상을 하지 않은 대신, 모두에게 상을 다 주는 '퍼주기'식 진행으로 쓴소리를 들었다. 올해에는 배우 장나라 단독 대상 수상으로 공동 수상에 대한 비판 여론을 신경 쓴 흔적이 느껴진다. 대상마저 공동 수상으로 수여해 논란에 휩싸였던 지난해보다는 나아진 모습이다. 하지만 대상 그 외의 시상 행태는 심각하다.
이번 'SBS 연기대상'은 최우수 및 우수 연기상을 부문 세 개로 나눠 수여했고, 조연상은 10명의 공동 수상자를 배출했다. 신인상 역시 4명이 공동 수상했다. 이에 대상 아래 모든 상이 더 큰 상을 타지 못한 '후보자'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 돼버렸단 지적이 업계 내 이뤄졌다.
'상 퍼주기' 시상식에 대한 비판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요계에서도 제기됐던 문제다. 시상하는 상의 부문을 상세히 정해 가짓수를 늘려 대부분의 가수에게 상을 나눠준 데에 대해 대중들은 "이럴 거면 시상식을 왜 여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가수 지드래곤은 지난 11월 '2024 MAMA AWARD JAPAN'(마마 어워즈)에서 '뮤직 비저너리 오브 더 이어'의 첫 수상자로 나서 이 문제를 언급했던 바 있다. 그는 당시 수상소감으로 "오랜만이다 마마. 자식들 싸울까 봐 상을 친히 나눠주셔서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10년 전 그의 퍼포먼스를 오마주한 소감이었다. 당시 지드래곤은 MAMA 시상식에서 랩 퍼포먼스를 펼치던 중 "자식들 싸울까 봐 상을 친히 나눠주셔"라고 상 퍼주기를 꼬집었다.
2022 MAMA 시상식에서 그룹 (여자)아이들의 리더 전소연도 디스 랩을 통해 이를 비판했다. 그는 당시 'MY BAG' 퍼포먼스에서 "올해는 어떤 상을 줄 건가요 MAMA ? / 올해 신드롬이 우린 누군지 알잖아 / 친절히 만들어낸 상은 거절"이라며 무대를 펼쳤다.
물론, 시상식 주최 측 입장에선 상을 받지 못한 아티스트의 팬덤 항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인기가 많을수록 팬덤 화력이 세기 때문에 유명 아티스트에게 상을 주지 않기 어려운 환경임은 사실이다. 또한, 인기가 많을수록 해당 아티스트가 그만큼 시청률을, 스트리밍 횟수를 끌어 올리는 성과를 내는 것 또한 일부 사실이다.
그러나 시상식이라면 대중에게 휘둘리기보다 시상식으로서 권위를 지키는 편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시상식의 퍼주기, 인기 투표 식 시상이 만연해질수록 손해는 아티스트들이 보게 된다. 시상식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은 상 자체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젠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아갈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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