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가 비밀회동 차량 블랙박스 '작동 중' 불빛
지난 4일 저녁, 이상민 당시 행안부 장관은 제네시스 G90 관용차를 타고 대통령 안가로 이동했습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 등과 비밀리에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들의 모습은 취재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취재진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건태 의원을 통해 참석자들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행안부 측은 "차량에 블랙박스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확보한 다른 영상엔 파란 불빛이 깜빡이며 블랙박스가 작동하는 모습이 선명했습니다. 차량 최초 구매 때 내장형으로 설치된 블랙박스였습니다.
블랙박스 사진 보여주며 추궁하자 "이런 게 있었네?"
사진을 보여주며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질문하자, 행안부 측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당시 녹화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해당 블랙박스는 차량 구매 시 따로 선택해야 하는 옵션입니다. 돈을 내고 추가로 구매한 기능인 만큼 "정말 몰랐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다른 당사자들 변명도 비슷했습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기아 EV9 관용차를 타고 안가를 방문했습니다. 별도 설치된 블랙박스가 녹화 중인 표시가 선명했습니다. 박 장관 측은 "통상 2~3일 치만 저장돼 제출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아무리 용량이 작은 메모리카드를 사용하더라도 2~3일 정도만 저장이 된다는 건 주행 거리가 상당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 안가로 직접 불러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12·3 비상계엄 당일 저녁 안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 사항을 전달받았습니다. 이들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특히 더 중요한 배경입니다.
조지호 경찰청장 측은 "블랙박스가 없다"고 답했고,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측은 "블랙박스 전원선이 연결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블랙박스 전원선이 뽑힌 상태로 인수인계를 받아, 이후에도 선이 빠진 상태로 운행했다고 했습니다. 누구보다 블랙박스 영상의 중요성을 잘 아는 경찰 조직의 수뇌부가 블랙박스도 없이 차량 운행을 해왔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