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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NLL(서해 북방한계선)에서 북한 도발 유도’와 ‘오물 풍선’등의 내용이 확인된 가운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약 보름 전 열린 군 당국 내부 회의에서 북 측의 오물풍선 ‘도발 원점’에 집요한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24일 파악됐다. 다만 실제 관련 지시가 하달되거나 군이 이런 목적의 대응을 실행에 옮긴 정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현 취임 뒤 더 강경해진 軍 
지난 9월 6일 취임한 이후 김 전 장관이 유독 오물풍선 대응에 관심을 보였던 건 사실이라고 한다. ‘강경 매파’인 그의 성향대로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선 단호히 조치하라는 요구가 보다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그가 취임한 직후인 9월 23일 용산 대통령실 상공에 오물풍선이 안착하자 합참은 “북한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할 것”이라며 기존보다 경고 수위를 높였다. 

북한이 10월 15일 군사분계선(MDL)을 10m 남겨 놓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을 때 군 당국이 MDL남방에 중기관총과 고속유탄발사기 수십발을 대응 사격한 것도 이런 기조를 뒷받침한다. 

"날리니 일단 쏴라?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지만 야권 등 일각에서 제기하듯 이를 북한을 자극하기 위한 풍선 도발 원점 타격 추진 등과 곧바로 연결시키는 건 무리라는 게 군 내 지배적인 분위기다. '하이브리드 도발'인 오물풍선의 특성 상 김 전 장관이 “풍선이 날아오니 쏘라” 식의 지시를 하달한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이행하는 건 불가능한 구조란 게 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지난 5월 28일 북한이 오물풍선을 처음 부양한 이후 합참 내부에서 육·해·공 합동 작전을 조율하는 유관 조직은 대응 매뉴얼을 준비해왔다. 김 전 장관 취임 이전부터도 원점 타격을 비롯한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군 당국이 대비해왔다는 뜻이다. 관련 매뉴얼은 비문(祕文)으로 군은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타격 실행까지 가려면 북측의 오물풍선 공격으로 인해 대량 인명 피해가 발생했거나 폭발물·생화학 무기 살포 등 위해 요소가 명확히 확인되는 등 엄격한 평가를 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교전규칙(ROE) 상 군사적 반격은 비례성과 자위적 대응이 원칙이다. 원점 타격은 마지막 ‘교전’에 해당하는 최고 수위 대응이라 단순히 풍선을 띄운다고 꺼내들기는 힘든 선택지라는 것이이다. 

한 때 ‘날아오는 풍선을 격추시켜 저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야권의 문제 제기에 군 관계자들이 “풍선에 자주포를 쏠 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것도 이런 배경이다. 

군 당국이 원점 타격을 한 실제 사례가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라는 점을 고려하면 군의 원칙을 가늠할 수 있다. 당시 북한이 선전포고 없이 76.2mm 평사포, 122mm 대구경 포 등 170여 발을 쏘자, 해병대 자주포 부대가 약 13분 뒤 북측 개머리포 진지 등을 향해 약 K-9 자주포 등 80여 발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 

본토가 타격당하는 엄중한 상황이었던 당시에도 ‘포 대 포’라는 비례 대응 원칙이 지켜지 셈이다. 오물풍선과 같은 하이브리드 공격엔 이런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기에 오히려 북한이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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