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허지현 기자] 대한민국의 K-팝 문화는 어느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 영향력이 확대됐다. 그만큼 K-팝에 관련된 문화는 큰 팬덤을 형성하고, 영역을 지탱하고, 다른 문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해졌다. 하지만 문화가 커질수록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면에 부정적인 문화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K-팝 산업은 이러한 문화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견해의 차이로 생겨나는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어서 그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하이브 K-팝 소통 커뮤니티 앱 ‘위버스(weverse)’에는 한 공지글이 올라왔다. 위버스 플랫폼을 이용 중인 아이돌 그룹 ‘투어스(TWS)’의 팬미팅 공지였다. 그 내용 중에는 ”본 공연은 암표 거래 및 불법 양도를 방지하기 위해 공연장 입장 시 본인 확인을 진행한다“며 ”‘얼굴패스’를 통해 공연 입장을 진행할 것“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이같은 내용을 접한 팬들은 ‘얼굴패스’라는 생소한 제도에 어리둥절하며 또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불친절한 내용의 공지는 팬들에게 설명을 한다는 느낌을 주기는커녕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얼굴패스’는 최근 공연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양도표·암표 거래 등에 대응하기 위한 AI 신기술 중 하나다.
‘얼굴패스’ 용어와 관련해서도 팬들은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 ‘민감한 생체 정보’라고 적으면 반발을 살게 분명하니 문화와 업계에서 쉽게 쓰일 수 있도록 ‘얼굴패스’ 라는 친밀한 어감의 단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안전한 본인 확인’을 위한 얼굴인식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팬들은 얼굴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말 그대로 ‘생체 정보’이고 ‘민감 정보’인데 이러한 정보를 정부도 아닌 사기업 ‘토스’에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지난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던 ‘딥페이크’ 문제와 관련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생체 정보인 얼굴 정보를 사기업이 가져가게 된다면 유출의 위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유출 시 딥페이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제기한 것이다.
‘딥페이크’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큰 문제 중 하나다. 배우, 아이돌,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사진 하나만 있으면 딥페이크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때문에 팬들은 개인정보 침해, 인권 침해, 딥페이크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얼굴패스’를 강력히 반대하고, 절대로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얼굴 인식’ 제도를 도입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7일 인천공항에서도 하이브와 마찬가지로 토스와 협업해 출국 서비스 ‘스마트패스’를 개시한다고 알렸다. 이를 시작으로 토스는 스마트패스를 비롯해 얼굴입장, 얼굴결제 등 안면인식 기반 서비스 상용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계획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때도 개인정보 문제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소비자들은 본인 확인을 위한 개인 정보 및 인권 침해는 고려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 엔터테인먼트는 K-팝 문화와 관련해 공연계에서 다양한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콘서트 관람료 인상, 사운드체크, 공연 후 밋앤그릿 행사 등이 그 단적인 예다. 팬들 사이에서는 양도표 해결·암표 거래 대응이 아닌, 이번에도 신기술을 가장 먼저 업계에 도입해 ‘엔터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어하는 것이 실질적인 이유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문제 해결을 위해 긍정적인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얼굴패스’는 팬들의 큰 반발을 초래하며 시행 전부터 곤욕을 치르고 있다.
팬들은 명목상 편리함을 주장하며 ‘얼굴패스’를 도입하게 되면, 앞으로 더 많은 제한과 침해를 받을 것이라며 걱정어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본래 K-팝은 팬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팬들에 의해 유지되며, 팬들이 서로 만들어나가는 독보적인 문화 중 하나다. 팬들 대다수는 문화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지탱하는 자신들을 위하지 않는 제도를 반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팬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제도는 절대 도입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AI(인공지능) 기술은 新미래먹거리로 일컬어지며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지만, 이처럼 인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해 그 간극을 좁히고 해결방안을 찾기까지는 많은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는 현재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미래 신기술 중 하나로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며 ”엔터 산업에서도 신기술을 도입, 그동안 공연계에서 문제됐던 일명 ’플미‘라고 불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하려 했지만, 팬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문제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ewswatch.kr/news/articleView.html?idxno=7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