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던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는 24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SBS가 탈웨이브, 탈지상파 전략을 취하면서 사실상 웨이브 지분을 던진 것”이라며 “과거 웨이브에 합류할 당시 좋은 조건으로 들어갔고, 지분을 팔겠다고 하면 인수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BS는 MBC, KBS와 함께 웨이브 지분 약 19.8%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대주주는 SK(034730)의 자회사인 SK스퀘어(402340)로 40.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CJ ENM(035760)과 SK스퀘어가 웨이브의 전환사채에 각각 1000억과 1500억원을 투자한만큼 SK스퀘어의 지배력은 사실상 50%가 넘는 셈이다.
SBS는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등을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만큼 보유지분 매각을 놓고 SK스퀘어와 물밑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도 “SBS가 웨이브 지분을 정리하는 것으로 안다”며 “CJ나 SK에서 지분을 구매하는 조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은 “SBS 입장에서는 콘텐츠를 웨이브에도 공급하고, 넷플릭스에도 공급함으로서 수익성이 강화될 수 있고, 웨이브·티빙 합병법인 입장에서도 좋은 조건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으면 손해가 아닐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SBS가 넷플릭스의 손을 잡은만큼 경영사정이 어려운 MBC나 KBS도 얼마든지 웨이브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상파의 광고매출은 전년 대비 23.3% 하락한 9273억원이다. 특히 KBS와 SBS의 광고매출은 10년래 가장 낮은 실적이다.
고 교수는 “MBC까지 이탈하려고 할텐데 티빙은 근본적으로 합병 자체를 고민할 수 있다”며 “인수할 비용으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서 글로벌 OTT에 팔면 된다. 급한 쪽은 SK스퀘어”라고 말했다.
다만 SK스퀘어나 웨이브 측은 SBS와 지분 협상은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웨이브 관계자는 “SBS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확대 공급한 것”이라며 “지분은 전혀 영향없고, 변동 예정인것도 없다”고 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방송사들은 웨이브 티빙 합병에 찬성하고, 합병법인 콘텐츠 공급에도 동의하고 있다”며 “방송사를 포함한 CP사들과 K-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OTT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세액감면 등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OTT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위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처럼 투자한 부분에 있어서 환급을 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플랫폼을 지원해줘야 플랫폼이 ‘리스크 테이킹’을 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해외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메리트를 줘야 한다. 제작사들도 아웃바운드만 할 것이 아니라 해외 자본과 교류를 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 교수는 “한국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OTT가 있어야 한다”며 “어느 시점이 되면 한국의 콘텐츠 기업은 넷플릭스에 종속이 되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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