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항일영화라 극우 역바이럴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쿠션 깔자면 항일영화에 아무런 악감정 없고 잘 보는 사람임(사실 역사교육 잘 받은 한국인이라면 악감정 있을 이유가 없지)
근데 이 영화는... 감독님이 연출의 톤을 잘못 잡으신 것 같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시종일관 헤매고 있는 느낌? 남한산성처럼 건조하게 제3자적 시선을 유지해야 할지, 밀정처럼 한 인물의 고뇌와 갈등을 내밀하게 따라가야 할지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됨
안중근에 대한 영화를 봤는데 안중근이 어떤 인물인지 객관적으로 알게 된 사실도 많이 없고, 주관적으로 와닿은 바도 거의 없음. 영화 속 인물과 음악은 비장한데 그 비장한 감정선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거의 존재하지 않다시피 함. 연출의 톤을 비장하고 진중하고 무겁게 접근할 거라면, 인물의 정서 묘사와 서사의 구성도 연출톤에 맞게 공들여서 해야 하는데 인물묘사도 서사도 빈틈이 너무 많음. 그 괴리 때문에 영화의 모든 요소(미술, 음악, 연기, 서사, 인물)가 조화로운 전체를 이루지 못하게 됨
전체적으로 힘을 빼야 할 곳에서는 힘을 너무 줬고 공을 들여서 묘사해야 할 부분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생략/축약되고
연기 디렉팅도 일정하지 않아서 박정민, 조우진 배우 정도 제외하면 묘하게 붕 떠 버리고... 배우 개인 문제보다는 디렉팅의 잘못이 90%임
안중근이라는 한국사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독립운동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영리하게, 정성스럽게 구성했어야 할 영화 같은데... 안중근 의사를 다루는 영화라는 것만으로 의미는 있으니 흥행은 했으면 좋겠고 좋게 본 사람도 많아보여서 다행이지만ㅠ더 완성도 있는 영화였으면 좋았을 텐데 기대한 만큼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