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의 '안전 불감증'이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대참사를 계기로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다수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안전을 도외시하는 애경그룹의 경영 행태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를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이 고객 안전보다 수익을 더 우선시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애경의 화려한 고속 성장의 뒤편에선 '안전 관리 소홀'이란 지적이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2020∼2022년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뒤엔 수익 우선 영업 관행이이 더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여객기 평균 가동 시간은 월 418시간이었다. 대한항공(355시간), 아시아나항공(335시간) 뿐만 아니라 같은 LCC인 티웨이항공(386시간), 진에어(371시간), 에어부산(340시간)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시간이다.
항공사 월평균 가동 시간은 많다는 것은 가용한 비행시간을 최대한 늘려서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그만큼 기체 노후화가 빨라지는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안전 관리에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은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종합 안전도 조사에서 최하위(C++) 점수를 받았다.
크고 작은 사고도 많았다. 2007년 8월 김해공항에서, 2013년 2월엔 김포공항에서 각각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9년에는 김해공항 이륙 직후 기체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겨 급히 회항하는 일도 있었다. 국토부는 이듬해 11월 제주항공이 자동항법장치 고장 사실을 인지하고도 운항을 강행한 것으로 보고 과징금 6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2021년에는 보조 날개가 손상된 기체를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운항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또 2022년에는 일본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에서 이륙 직후 기체 이상으로 급히 회항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와 함께 기체 결함 가능성이 거론됐다.
'무안 참사' 발생 이후 애경그룹의 어설픈 대처도 논란이 됐다. 장 회장은 전날 오후 "신속하게 사고를 수습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주항공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유가족들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과문이 나온 건 사태 발생 후 11시간이 지난 전날 오후 8시 10분쯤이었다. 또한 181명의 탑승자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확정 발표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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