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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 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기자말>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을 동원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재판관, 선관위원 등을 체포하려 한 뒤 의회 활동을 방해하려 한 사건을 우리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사건 직후 언론과 수사기관은 이를 흔히 '내란' 시도로 규정했다. 내란은 국가 대권과 헌법의 통치력을 저해·파괴하거나 국가의 영토 주권을 말소시키려는 무력행사 전반을 일컫는다. 해외에서는 보통 이를 '반역(treason)'으로 칭하며, 반역죄로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군부 쿠데타나 민군(民軍) 관계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12월 3일 밤의 사태를 보다 정확히는 '친위 쿠데타(Self-Coup)'로 볼 수 있다.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클라인 쿠데타 연구 센터는 친위 쿠데타를 "현직 최고 통치자가 정부의 다른 구성 요소(입법부, 사법부 등)를 제거하거나 무력화하기 위해 극단적 조치를 취하는 경우, 혹은 최고 통치자가 불법적이고 초법적인 방식으로 국가 비상사태나 계엄령과 같은 특별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로 정의한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 스스로 군을 동원해 입법부를 무력화하기 위해 불법·초법적 방법을 사용했기에, 이 정의에 부합한다는 것이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이번 사태가 한국 사회에 가져온 충격과 심대한 정치적 파장은 이미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여기서는 그런 논의를 넘어, 민주화 이후 한국군이 과연 얼마나 '시민 속의 군대'로 자리매김했는지, 그리고 군이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 기관1)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잘 알려져 있듯, 대통령은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군정권(군사 조직 관리 행정을 지휘하는 권한)과 군령권(실제 병력을 움직여 작전을 지휘하는 권한)을 모두 갖는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를 초법적으로 남용해 정부의 다른 구성 요소인 의회를 무력화하려 할 경우, 군은 과연 이를 따라야 하는가? 원칙적으로는 위법한 명령에 항거하고 불복종해야 하나, '명령에 살아 움직이는 군인'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게다가 이번 사태에 연루된 다수 지휘관의 증언에 따르면, 평소 헌법이 무엇이며 어떤 행위가 위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무지하거나 경시하는 태도가 만연했음을 알 수 있다. 명령이 내려오면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에 반하지 않는지를 판단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숙고할 수 있는 체계적 교육과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를 통해 분명해졌다.

한국군은 북한이라는 오랜 외부 위협에 대비해 온 탓에, 주로 대북 대응 태세와 첨단 무기 전력화 등 군사력 강화에 집중해 왔다. 군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며 외적 방비에 전념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목표다. 그러나 군이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민간 권력자에 의해 이 가치가 훼손되려 할 때 군 조직 구성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지침화하는 데는 소홀했다.

이번 친위 쿠데타 사건에서 드러난 여러 고위급 지휘관의 행동과 발언을 보면, '시민 속의 군인'이라기보다 특정인(개인)에 대한 충성이 우선하는 모습이었다. 이른바 '라인'을 통해 진급과 영달만을 도모한 이기적인 인물들이 조직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아무리 작전이나 전술에 능하고 조직·인사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민주주의 '정체(政體)' 자체를 위협하는 행위에 가담하거나, 이에 문제 제기도 없이 맹목적으로 지시를 수행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 군인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2023년 9월 29일 미국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다. 당시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전역식에서, 미군 최고위 장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전역사를 남겼다.

"우리는 왕이나 여왕, 폭군이나 독재자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으며, 독재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다. 우리는 또한 개인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다. 우리는 헌법에 맹세하고, 미국이라는 개념에 맹세하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 모든 육군·해군·공군·해병대·해안경비대원은 헌법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개인적 희생을 불사하고 목숨을 바친다. 그리고 우리는 쉽게 겁먹지 않는다."


민주주의 군대의 최고위급 지휘관이라면 이 정도 수준의 헌법 수호 의식과 의지, 그리고 이를 공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상급 지휘관은 수많은 하급 장교와 병사들에게 지휘 지침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회 청문회나 언론 인터뷰에서 드러난 일부 한국 장성들의 발언을 보면, 민주주의적 가치와 헌법에 대한 무지 혹은 경시가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무엇을 바꾸고 개혁해야 할까?

먼저, 군 엘리트의 양성 구조인 사관학교 중심의 장교 교육 체제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육군사관학교는 대한민국 군 엘리트의 상징적 교육기관으로, 졸업생 대다수가 군 주요 지휘·참모직 및 국방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4년간 대학 학위와 군사학 교육을 동시에 이수한 뒤, 임관 후 병과 전문교육을 단기로 받는 '집중형' 구조다.

다수 연구에 따르면, 사관학교는 군 조직의 가치와 선호를 주입하고 장교들의 신념 체계에 특정 교리를 전수하는 구조적 특징을 지닌다. 또한 기수·동기·선후배라는 한국 특유의 인적 연결망과 결합해 '사관학교 출신' 네트워크가 더욱 공고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조직 이기주의로 흐르거나, 극단적 경우 사적 인맥을 공적 가치보다 우선하는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이번 친위 쿠데타 과정에서 특정 사관학교 출신의 선후배 관계를 중심으로 모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한국의 사관학교 교육 시스템에 어떤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고민해야 함을 시사한다.

한편, 독일 연방 방위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주의 억제 분위기 속에서 '시민 속의 군대'라는 철학을 토대로, 군 엘리트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사회의 여러 직업 중 하나로서 군을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한국과 달리 '분산형' 장교 육성 시스템을 채택해, 4년간 집중적으로 사관학교만 다니지 않고, 약 6개월가량의 기초 군사훈련과 장교학교에서의 단기 기본 군사교육을 받은 뒤 일반 대학으로 진학해 학위를 취득하도록 유도한다.

물론 연방 방위 대학에 진학하는 선택지도 있지만, 민간 대학에서 동료 시민들과 어울려 학업을 수행함으로써 민주주의 정신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연성이 돋보인다. 또한 기초 군사훈련 → 장교학교 → 병과학교 등 여러 단계를 거치는 '분산형' 육성 과정은, '집중형' 시스템에서 흔히 나타나는 기수·선후배 중심의 네트워크 형성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진급과 인사 문제에서의 공정성, 그리고 견제와 균형도 중요한 과제다. 한국의 경우 준장(별 하나) 이상의 승진과 보직에 대통령과 국방부, 그리고 각 군 인사부서의 권한이 절대적이다. 어떤 정당이 정권을 잡는지,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 선거 캠프 참여 여부, 학연·지연 등이 크게 작용한다. 물론 엽관제(spoils system)의 문제는 군뿐 아니라 정부 전반에 존재하지만, 군은 안보와 직결된 만큼 무엇보다도 전문성과 실력을 통해 진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권과의 친소 관계나 지연·학연이 작용한다면 이는 민주적 공정성에 어긋난다. 이번 사태는 그러한 폐해가 여전히 만연함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대통령이 가진 '제왕적 권력' 역시 문제다. 군 인사에 있어 대통령이 충성파를 대거 고위직에 앉히거나 정실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준장(O-7) 이상의 장성을 지명하되, 의회 상원(특히 군사위원회: SASC)의 청문과 본회의 인준을 반드시 거쳐야 군 장성에 임명될 수 있다. 특히 합참의장이나 각 군 참모총장, 주요 지휘관 등 최상위 지위일수록 공개 청문회가 진행되며, 이념과 성품도 철저히 검증 대상이 된다. 이후 본회의 표결에서 과반 이상 찬성을 얻어야만 임명이 확정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통령의 독단적 군 인사를 민주적으로 견제하며, 고위직일수록 군사 경력과 전문성은 물론 민주적 덕목, 도덕성, 국가 전략·정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두루 갖춰야 한다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

물론 최근 미국과 한국 모두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인사청문회 제도가 정쟁화되고, 정치적 이유로 보이콧이 자주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군사 네트워크와 장교단을 운영하는 미국조차 장성급 인사를 의회의 검증과 인준 절차로 진행한다는 사실은, 소수 특정 인물이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사태를 경험한 대한민국에 큰 시사점을 준다.

민주화 이후 한국군이 '시민 속의 군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군 조직 내 구조적 문제를 재점검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균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친위 쿠데타 시도는 단순한 정치 스캔들을 넘어, 군과 민주주의의 관계가 어디까지 와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되짚어볼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1)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5조(국군의 강령)
① 국군은 국민의 군대로서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의 통일에 이바지함을 그 이념으로 한다.
② 국군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제평화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
③ 군인은 명예를 존중하고 투철한 충성심, 진정한 용기, 필승의 신념, 임전무퇴의 기상과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하는 숭고한 애국애족의 정신을 굳게 지녀야 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5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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