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 박정선 기자] “여러 사건이 있었고, 그걸 통해 많은 발전을 했던 것 같다. 세상을 다 알 수 없지만 여러 모습을 봤고, 제 안에서 큰 무언가가 일어났던 해였다. 2025년에는 고통받지 않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우리만의 엄청 큰 무대를 하고 싶다.”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계약 분쟁을 겪고 있는 그룹 뉴진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24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소속사와의 갈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작곡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며 “다 같이 힘든 시기였다”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고 언급하는 등 은근한 아픔을 고백하기도 했다.
사실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이 처음 알려졌던 지난해 4월까지만 하더라도 뉴진스는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로서 사실상 어른들의 진흙탕 싸움에 직격탄을 맞은 ‘제3자’라는 인식이 컸다. 그 와중에도 자신들의 활동을 흔들림 없이 해내며, 좋은 성적까지 기록한 기특한 ‘효녀’라는 이미지까지 얻었다.
그런데 뉴진스는 스스로 ‘제3자’이길 거부했다. 민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냈던 멤버들이 지난해 9월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부터다. 이들은 해당 방송을 통해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했고, 지난해 11월 28일에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가 계약 위반 사항을 시정하지 않았으니 11월 29일 0시부로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어도어는 뉴진스의 계약해지 주장과 관련해 “전속계약은 유효하다”며 12월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 유효 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문제는 아직 법적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뉴진스는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진즈포프리’ 계정을 개설하고 팬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고, 뉴진스의 이름을 떼고 활동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김현정의 뉴스쇼’ 역시 어도어와 협의되지 않은 독자 활동이다.
하니의 비자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호주와 베트남 이중국적인 하니는 소속사와의 고용을 조건으로 외국계 연예인들이 발급받는 E-6 비자로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비자가 올해 초 만료된다. 뉴진스의 주장대로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이 해지된 상태라면 E-6 비자 또한 소멸돼 체류 자격을 잃게 된다. 비자를 연장하려면 새 고용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어도어가 아직 전속계약의 유효성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하니가 어도어 아닌 제3자와의 계약서를 제출한다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선 뉴진스가 어른들의 싸움에서 민 전 대표의 편에 서면서 손해를 자초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보다는 뉴진스가 거듭 주장했듯 그들 스스로의 미래를 위한 ‘주체적인 선택’이고,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다면 이 선택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그들의 몫이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한 이상 그 선택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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