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엔터 업종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앨범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2023년 말부터 엔터주의 상승세는 급격히 꺾였다. 엔터 업계 대장주인 하이브는 ‘뉴진스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이면계약 의혹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BTS의 완전체 컴백이 하이브 주가를 되살릴 수 있을까.
◆‘뉴진스 사태’에 추락한 주가
2024년 엔터업계 주요 4사인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에스엠,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밑돌았다. 와이지엔터는 블랙핑크의 부재와 신인 지식재산권(IP) 개발 비용 증가로 상반기 세 자릿수 적자를 기록했다. 팬덤 플랫폼 디어유는 상장 후 처음으로 유료 가입자가 줄며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하이브, JYP엔터, 에스엠은 본업에서 상대적으로 견고한 성과를 냈다. 앨범 IP 비중 축소와 신인 IP 투자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달성한 것이다. 하이브는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결과 영업이익률(OPM)은 7.9%로 하락했으나 신사업 비용을 제외하면 12%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했다.
주가를 발목 잡은 것은 예상치 못했던 주요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의 사건·사고와 논란이었다.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민희진 전 대표와 갈등이 불거지며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IP를 상실할 경우 기업 경쟁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의 공방이 계속되며 하이브 주가는 2024년 9월 15만7700원까지 떨어졌다. 30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2020년 상장 때 공모가(13만5000원) 수준으로 돌아갔다. 하이브 시가총액은 뉴진스 갈등 이후 8조원대로 주저앉았다. 뉴진스 사태 하나로 시총의 20%가 날아갔다. 어도어가 하이브의 전체 매출과 이익에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 11%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4년간 하이브의 글로벌 IP 성과와 신인 아티스트의 성장, 국내외 실적 개선 등 기본적인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며 “펀더멘털보다 투자자들의 심리인 센티멘털에 주가가 좌우되는 엔터 업종의 숙명적인 리스크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은 엔터 업계에서 이례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과거 엔터 업계의 인적 리스크가 아티스트와 회사 간의 불화나 사고에 국한됐으나 이번 사건으로 프로듀서 간의 갈등이 격화되며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를 창립하고 대중적 성공을 이끈 핵심 인물이라는 점도 논란이 커진 배경이다. ‘뉴진스 사태’는 하이브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내재한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됐다. 그 결과 엔터 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센티멘털이 급속히 냉각되는 데 일조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BTS 돌아오면 매출 2조 효과 기대
증권가는 2025년 BTS의 완전체 컴백에 기대를 걸고 있다. BTS의 복귀는 하이브의 펀더멘털 강화뿐만 아니라 엔터 업종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BTS는 2025년 6월 이후 전 멤버가 군 복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복귀할 예정이다. BTS의 컴백은 앨범 평균 판매단가(ASP), 음원 매출, 공연 평균 티켓 가격(ATP) 등 모든 주요 지표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BTS의 콘서트 티켓 단가는 20만원대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희소가치로 볼 때 가격이 그 이상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콘서트 티켓 가격을 책정할 때 도입한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스템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전체 공연장 좌석의 80%는 고정 판매가로 판매하고 나머지 20%는 주식이 체결되듯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매긴다. 업계에선 BTS 관련 MD 콘텐츠와 월드 스타디움 투어 매출 등을 더하면 하이브가 1년간 1조9000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의 2024년 매출은 약 2조2500억원, 영업이익은 2300억원 대로 추정된다. BTS의 부재로 인해 전년 대비 매출은 3% 소폭 늘고 영업익은 23%가량 줄었다. 증권가는 2025년 하이브의 전체 매출이 2조7000억~3조원대, 영업익 3800억~4200억원대로 2024년 대비 각각 30~40%, 70~80%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지자 일부 증권사들은 하이브의 목표주가를 25만~28만원대에서 최근 30만원대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며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힌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쏘스뮤직,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 빌리프랩, HYBE UMG 등의 다양한 레이블을 갖추고 있다. 2021년 하이브가 인수한 이타카홀딩스는 저스틴 비버, 블랙아이드 피스 등이 소속돼 있다. 엔터 업종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IP와 플랫폼 경쟁력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도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주요 서비스는 커뮤니티, 멤버십, DM, 라이브 스트리밍 등이다. 하이브는 위버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위버스는 현재 152개 이상의 아티스트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약 30%는 서구권 아티스트로 구성돼 있다. 2024년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00만을 달성했다. 업계는 BTS가 컴백하면 MAU 증가와 유료 멤버십 전환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버스는 2024년 말부터 일부 구독형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유료 멤버십은 동영상 광고 제거 및 VOD 오프라인 저장 기능 등을 제공한다.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팬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위버스가 본격적으로 수익화 궤도에 진입하면 연간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위버스는 팬클럽 기능을 하는 동시에 앨범과 굿즈 및 여러 라이브 서비스 구입이 가능하다. 유료 가입자에게는 콘서트 선예매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기존 팬클럽은 일회성 가입비를 받지만 콘텐츠가 제한적이고 관리가 미흡해 수요가 적었다. 위버스는 공식 팬에 대한 특전을 제공하고 독점 콘텐츠를 제공해 팬덤을 끌어들이고 있다. 위버스는 구독형 서비스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커뮤니티 활동과 아티스트의 특전 영상 등을 제공해 구매 전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위버스 관계자는 “BTS가 복귀하면 글로벌 팬들의 대규모 유입이 기대된다”며 “위버스가 글로벌 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 리스크 여전…금감원 조사 관건
BTS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오너 리스크가 당분간 하이브의 주가를 짓누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이브의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이 4년 전 기업공개(IPO) 당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이면계약을 맺고 4000억여 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어서다.
방 의장은 하이브의 지분 3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넷마블(9.4%), 국민연금공단(6.6%), 두나무(5.5%) 등도 주요 주주다. 방 의장은 2020년 하이브 상장 1~2년 전 PEF 3곳과 조건부 계약을 맺고 IPO 시 투자 이익의 30%가량을 받기로 했으나 이 내용을 상장 과정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보호예수 제한이 없는 주식을 받은 PEF들은 하이브 상장 첫날 주식을 대거 매각했고 방 의장은 이들 PEF로부터 약 400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상장 첫날 장중 공모가 대비 160% 급등했지만 PEF 매물이 쏟아지며 일주일여 만에 주가가 최고가 대비 반토막 났다. 이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사이 PEF와 최대주주는 이면계약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업계는 이면계약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방 의장을 비롯한 관련 인사들이 부당이득을 취득했는지 여부 등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하이브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 측은 “위법한 사항은 없으며 방 의장이 얻은 이익에 대한 세금도 납부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잇단 악재로 무너진 기업 이미지를 단기간 되살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민 전 대표와 불화가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며 하이브의 대외 이미지가 추락한 데다 대주주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상장 때 수천억원의 이득을 취했다는 점은 장기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오너의 책임 경영과 투명성 강화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보완 장치를 마련해 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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