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500억원이라는 제작비가 우주로 날아간 허무함을 지울 수 없다. 뿔뿔이 흩어진 헐거운 서사도 말 그대로 무중력 상태에 흩어진 듯하다. 공개 시기를 늦춰가면서까지 공을 들인 작품이 단 2회 만에 2연타 황당 베드신과 그놈의 '짝짓기'로 범벅이 됐다.
그 열기에 찬물을 부은 건 이민호-한지은, 공효진-김주헌으로 이어지는 난데없는 베드신의 연속이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러브라인 서사는 어디로 가고 '춘향이와 몽룡이가 눈이 맞았답니다' 급의 불친절한 베드신 투척이다. 우주정거장에서 초파리의 교미가 이뤄지고, 이 모습을 관찰하는 공효진에게 호감을 느끼며 환하게 웃는 이민호의 얼굴은 'SNL 코리아'가 아닌가 의심이 들 만큼 황당하다. 찌그러진 정자, 자궁외임신, 초파리의 교미로 이어지는 그놈의 '짝짓기' 퍼레이드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물론 우주에서는 어떤 실험이든 이뤄질 수 있고, 임신-출산 과정의 시도도 충분히 가능한 전개다. 그렇지만 시청자가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연구원이 돼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국내 드라마 최초로 무중력 상태를 연출했다는 데에 혈안이 돼 '드라마'라는 사실을 잊는 건 곤란하다. 땅에 발붙이고도 사랑받은 숱한 드라마들의 필수 공식은 탄탄한 서사와 감성이었다. 그게 없으면 우주를 가든 500억을 쏟아붓든 무의미하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그걸 굳이 500억이나 주고 1, 2회를 '실험' 하고서야 깨달아야 했을까. 한편 1, 2회 시청률은 3%대에 머물며 기대 이하 성적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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