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사이에선 국내 IPO 시장의 투명성·공정성을 허무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예비 상장사와 주관사, 법무법인 등 이해관계자들이 담합해 주요 정보를 숨겨 일반 투자자의 ‘뒤통수’를 쳤다는 비판이 적잖았다. 주가를 뒤흔들 주요 정보를 숨긴 만큼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도 불거졌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입을 모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하이브는 해당 계약을 놓고 위법 사항이 없다는 법무법인의 의견을 방패막이로 내세웠다. 오히려 방 의장과 일반 주주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소하는 장치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IPO는 기업이 일반 대중에게 처음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중요한 절차다. 이 과정에서의 정보 투명성은 투자자와 기업 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기업 내부자와 외부 투자자 간에는 정보 격차가 존재한다. 방 의장이 PEF와 맺고 공개하지 않은 비밀 계약은 이런 정보 격차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국장 신뢰 재건 '전환기'
투자은행(IB)업계는 하이브 계약에 대한 금융당국·거래소의 사후 조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사태를 방치하면 ‘대주주가 보호예수 없이 지분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편법이 일반화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IB업계 관계자는 “방시혁 비밀 계약 사건을 교훈 삼아 IPO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재건하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방시혁 비밀 계약이 알려진 뒤 뒤늦게 기업 실사 점검표 등 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방 의장과 PEF 사이에 투자 이익을 공유하는 계약 조항을 공개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규정 정비로만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거래소 관계자 다수는 이번 비밀계약에 대해 “실질적격성 심사 대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를 대하는 거래소 관계자들의 태도는 소극적이다. 금융감독원 등의 판단이 있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움직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금감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안팎이 뒤숭숭하자 숨죽이는 분위기다.
일부 비상장사와 PEF·벤처캐피털(VC) 사이에서는 “이대로 넘어가면 하이브 비밀 계약을 고스란히 베끼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상장사 오너와 투자사가 모두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만큼 유혹이 크다는 것이다. 한 VC 관계자는 “투자사들이 비상장사 대주주의 이익 실현을 도와주는 대신 상장을 앞두고 지분 참여 기회를 얻는 식의 비밀 계약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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