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로 계속 어수선한 정국인데,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와 뉴진스 간 전속계약 분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재능 있고 젊은 멤버들이 법적 분쟁에 휘말린 상황은 대단히 안타깝지만, 계약의 해지가 법률적으로 가능하고 적절한지를 따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계약은 지켜지기 위해 체결되는 것이다.
어떤 계약이 상대방의 계약불이행 없이 당사자의 일방적 통보만으로 해지될 수 없는 것은 법의 기본원칙이다. 일반인은 체결할 일이 없는 전속계약이라고 해서 매우 다를 것 같지만, 사실 주위에서 흔히 체결하는 임대차계약과 다를 것이 없다. 이때 해지의 조건이 충족되었는지는 해지를 주장하는 쪽에서 입증하는 것이 당연하다. 뉴진스의 주장이 맞는 지는 ‘뉴진스’가 일방적으로 선포한다고 확정될 수 없으며, 결국 법원에서 가려질 문제다.
뉴진스는 어도어의 전속계약 위반을 주장하면서 다양한 요구 사항들을 나열한 후, 이제 어도어가 요구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해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이 성립되려면 어도어가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 전속계약 위반에 해당해야 한다.
그런데 뉴진스 측이 공개한 공문을 보면 의문이 많다. 시정을 요구한 사항 중 하나인 ‘뉴진스’의 고유한 색깔과 작업물을 지킬 것이라는 부분을 살펴보자. 이런 추상적이고 애매한 요구사항이 과연 법적으로 적절한 요구사항이 될 수 있을까? 전속계약상 어느 조항에 근거해서 나올 수 있는 주장인지도 의아하다.
다른 요구사항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가령 “뉴진스를 버리라”고 결정하고 지시한 인물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발견된 위법행위에 대해 민ㆍ형사상 조치를 해 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기획사가 관계자들에 대한 민ㆍ형사 조치, 인사 등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전속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인가?
뉴진스 측이 주장하는 전속계약 위반은 인격권 침해일 텐데 회사가 뉴진스의 인격권 침해를 배제, 예방하는 조치를 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관계자들에게 민ㆍ형사조치나 징계조치를 취해야만 전속계약을 이행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 실제 하급심 판결을 보면, 매니저가 욕설이 섞이거나 무시하는 발언을 한 것이 확인돼 전속계약상 인격권 보호의무 위반이 인정되었더라도, 해당 매니저를 업무에서 배제하였다는 이유로 위반 사항이 시정되었다고 판단한 예가 있다. 멤버인 하니에게 “무시해”라고 발언한 매니저에게 공식적 사과를 받아달라는 요구도 난감하다.
기획사의 책임과 권한 범위 밖의 시정 요구사항들도 보인다. 어도어가 다른 회사 소속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감사, 징계 등 인사조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준전속계약은 회사의 매니지먼트 권한 범위 내에서의 연예활동과 관련해 인격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도어의 권한 밖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전속계약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전속계약상 연예인이 주장할 수 없는 요구사항도 있다. 표준전속계약에 의하면, 연예인은 ‘매니지먼트 활동’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즉 의견 제시 대상은 어디까지나 ‘매니지먼트 활동’이다. 연예인이 기획사의 대표이사를 특정인으로 선임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뉴진스의 일방적인 해지 통보와 해지를 기정사실로 하는 태도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뉴진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무책임하다고 느끼게 한다. 이 모든 논란이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 사이의 분쟁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뉴진스가 민희진 전 대표와 함께 움직이기로 먼저 결정한 후, 사후적으로 어도어의 잘못을 탐색하고 법률적 논리를 동원하고 있다는 세간의 시선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조광희 변호사(법무법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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