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그룹 엔시티(NCT) 도영이 ‘도윈플렌’으로서 첫 발을 뗐다. 자신의 장점인 음색과 더불어 밀도 있는 감정 연기로 무대를 압도하며 항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지난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웃는 남자’(제작 EMK뮤지컬컴퍼니)는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삼을 간직한 그윈플렌의 삶을 통해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조명한 작품이다. 세계적인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웃는 남자’는 이번에도 역대급 무대 스케일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윈플렌의 입가를 형상화한 듯한 무대 비주얼은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압도되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위 배, 오색찬란한 궁전, 유랑극단의 연극 무대, 곡선 형태의 국회의사당 등 이야기에 맞춰 변화하는 무대들은 보는 것만으로 두 눈이 즐겁다.
이번 시즌에서는 배우 박은태, 가수 이석훈, 그룹 슈퍼주니어 규현, 그리고 도영이 그윈플렌을 연기한다. 도영은 지난 2021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이후 두 번째 뮤지컬인 ‘웃는 남자’에 입성, 그윈플렌에 첫 도전한다. 박은태 이석훈 규현 등 이미 그윈플렌 경험이 있던 이들과 함께 캐스팅된 터라 도영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뮤지컬 경험이라고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전부인 도영이 ‘웃는 남자’에서 ‘대극장 주연’에 걸맞는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 가운데 지난 10일 처음 공개된 도영의 무대는 우려를 기대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윈플렌의 시그니처인 흉측한 상처 분장을 한 도영은 착실히 자신만의 ‘도윈플렌’을 만들어나갔다.
도영은 엔시티 활동을 자양분 삼은 자연스러운 동작들로 그윈플렌의 ‘광대짓’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첫 등장부터 꽤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데아 역의 장혜린과 듀엣으로 호흡을 맞춘 ‘나무 위의 천사’ 넘버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맑은 음색으로 소화해 몽글몽글한 사랑의 감정을 자아냈다.
이후에도 도영은 고음역대의 넘버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내며 넓은 공연장을 자신의 목소리로 가득 채웠다.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하면서 변화하는 그윈플렌의 감정선을 풍부한 표정 연기와 탄탄한 가창력으로 표현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웃는 남자’의 백미인 ‘그 눈을 떠’에서 ‘웃는 남자’로 이어지는 넘버에서 도영은 온몸으로 감정을 토해내듯 노래하며 극의 클라이맥스를 이끌어간다. 가난한 자들을 위해 권력층에게 호소해 보지만 곧바로 좌절하게 되는 그윈플렌의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도윈플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열연이었다.
무엇보다 도영의 음색의 강점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도영의 청아한 미성은 그윈플렌의 비극적인 삶을 더욱 부각하며 감정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 감정의 파동은 데아를 안고 멀어지는 그윈플렌의 결말에서 깊은 여운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도영은 자신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지우며 ‘대극장 주연’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에 ‘웃는 남자’의 작과 연출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도 ‘도윈플렌’을 향한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로버트 요한슨은 이날 커튼콜 무대에 올라 “1막에서는 긴장한 듯했는데 2막에서는 우리의 마음을 찢어놓았다. 앞으로 도영의 뮤지컬 커리어가 멋질 것 같다”면서 도영을 향한 극찬을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자신만의 ‘도윈플렌’으로 무대를 채워갈 도영의 ‘웃는 남자’ 여정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웃는 남자’는 3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러닝타임은 총 180분(인터미션 20분 포함)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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