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사당국에 협조를 절대 하지 않기로 유명해 범죄의 온상으로 지적받았던 텔레그램이 달라지고 있다.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에서 체포된 이후 텔레그램이 불법 사용자 정보를 한국 정부에 제공하기 시작했고, 국내 범죄자들은 '초긴장' 상태다.
14일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소지·배포 등)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영상물 배포 등)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1년 약 8개월 동안 ‘벗방채널’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단체방을 운영하며 아동성착취물과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불법촬영물 등 약 1000여개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 초기 경찰은 텔레그램의 비협조로 인해 검거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수사 중지 결정을 내렸었다. 그러나 작년에 텔레그램이 수사 협조를 시작하며 채널 운영자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와 가입에 사용된 전화번호 정보를 제공했고, 이를 토대로 피의자의 신원과 주거지를 특정해 작년 12월 16일 A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 A씨는 같은 달 18일 구속돼 현재 제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작년 10월부터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 등 자사 이용약관을 위반한 한국 이용자의 정보를 한국 정부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7일 공개된 텔레그램 공식 봇채널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지난해 4분기 한국 이용자 658명의 IP 주소 또는 전화번호를 한국 수사당국의 요청에 따라 제공했다.
이는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가 작년 8월 미성년자 성 착취물 유포, 마약 밀매 공모, 자금 세탁 공모, 텔레그램 내 불법 행위와 관련한 수사기관과의 의사소통을 거부한 혐의 등으로 프랑스 수사당국에 체포되면서 생긴 변화다.
당초 텔레그램은 미국과 유럽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수사 협조를 해왔으나, 지난해 9월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개정하며 이를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텔레그램이 수사협조를 시작하며 단서 부족으로 그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경찰의 불법채널 관련 수사도 앞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마약 거래방, 딥페이크 유포방 등 불법 텔레그램 채널 참가자들은 긴장하는 모양새다. 이날 한 불법촬영물 공유방에선 "실제 전화번호로 가입했으면 문제가 생기는 거냐", "핸드폰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강물에 던지면 되느냐" 등의 불안감 섞인 반응이 올라왔다. 일부 불법채널에서는 경찰 체포나 소환 시 대응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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