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스포츠경향은 예전부터 평판이 좋지 않았다. 연예 뉴스를 소비하는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꾸준히 아우성이 나왔다. 보도가 선정적이고 사실이 왜곡될 때가 있다는 비판이다. 언론사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다룬 적도 있다. 미디어오늘은 몇 년 전 경향신문과 스포츠경향, 같은 편집국 다른 보도>란 기사에서 스포츠경향이 유튜버 프리지아의 나이와 가족관계 등을 선정적으로 전시한다고 지적했었다.
스포츠경향의 기사를 검색해 보면, 그 후로도 비판의 소지가 사라진 것 같지 않다. 갖가지 논란을 타고 대량으로 찍혀 나오는 단신 기사들, 커뮤니티와 SNS 동향을 전달하는 기사들, 부정적 여론을 재생산하는 기사들이 보인다. 스포츠경향만의 행태는 아니다. 연예 뉴스 일반의 관행이고, 보도의 선정성이란 논점에선 메이저 언론도 자유롭지 않다.
이 신문사가 남다른 점은 ‘단독’ 기사의 남발이다. 대충 검색해 봐도 지난 반년 동안 60개가 넘는 단독 기사가 나왔다. 대부분 상식적인 단독 기사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는 글들이다. 단독 기사라 함은 특정한 사실관계를 독점적으로 입수해 발행한다는 뜻이다. 스포츠경향은 논란의 동향을 써놓고는 [단독] 표제를 붙인다. 공개적으로 민원이 접수된 사실을 보도하거나(임영웅 ‘홍보대사 해촉’ 민원, 포천시 접수 “발언 심히 부적절”, “‘음주운전’ BTS 슈가 복무태만 조사해달라”···병무청 민원접수), 역시 공개적으로 발표되는 재판 결과를 다시 쓰고(최정원 ‘상간남’ 확정되나···이혼소송 ‘불륜행위’), 출처가 따로 있어서 모두가 보도하는 내용이다(하이브 임원용 ‘주간보고서’ 타 아이돌 비방내용 다수 포함).
여기까지가 ‘단독’에 해당하지 않는 단독 기사라면 더 적극적으로 오남용되는 기사도 있다. 사태를 논평하는 오피니언의 성격이 있는 기사가 [단독]으로 발행된다(‘하이브의 ‘언플’은 왜 실패했나①···엔터업계 뒤흔든 ‘초유사태’). 단독 표제는 붙어 있지 않았지만, 심지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어떤 아이돌 팬덤이 어떠한 글을 썼다는 기사가 폭로라도 하듯 발행된 적도 있다(“BTS 뷔 훈련 중 민희진에 연락해” 르세라핌 팬, 국방부 민원제기).
단독 기사는 사실을 입수해서 알리는 언론의 기능이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기사다. 내용과 관계없이 [단독]이란 타이틀이 붙어 있으면 잠시라도 눈길이 머물기 마련이다. 그런 효과를 노리고 조회수를 끌고 오려고 할 때, 보도의 내용을 넘어 보도의 형식까지 훼손된다. 게다가 기자의 의견이 뒤섞인 기사를 ‘단독’ 기사로 발표하는 건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입장의 경계를 왜곡하는 것이다. 그릇된 내용을 퍼트려서 문제가 되는 가짜뉴스와도 성격이 다르다. 사실의 중요성과 보도 가치를 자의적으로 과장하기에 인터넷 여론전에서 악용될 소지가 크다. 저 기사들의 실질적 폐해도 그런 식으로 논란을 부추기고 확성기 역할을 한다는 점에 있다.
스포츠경향은 진보 언론으로 분류되는 경향신문에 소속돼 있다. 그럼에도 진보진영에서 ‘적폐 언론’으로 통하는 조중동 계열 스포츠신문보다 기사가 자극적이라는 얘기를 듣곤 했다. 물론 경향신문의 평소 보도 방향은 스포츠경향의 그것과는 크게 어긋난다. 서두에서 인용한 미디어오늘 기사에서 지적된 대로 경향신문은 정론지의 스탠스를 취하면서 스포츠경향은 ‘편집의 독립성’을 통해 조회수를 유치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기초적 형식마저 교란되는 상황에서, 스포츠경향의 행태는 경향신문이 정론지로 쌓아온 이름의 값어치를 저울질하게 만든다.
스포츠경향 웹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소식을 전달하는 단신 기사는 시간 단위로 올라오지만, 유명인 인터뷰와 오피니언, 문화산업에 관한 특집 기사는 빈약하거나 보이지 않는다. 여타 이름난 연예 신문에 비해서도 그렇다. 제대로 된 읽을거리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단독] 표제 같은 자극성 콘텐츠에 의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십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는 시대이니 가십성 기사의 발행을 포기할 수 없겠지만, 뉴스의 기본적 콘텐츠를 확장하며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들이 언론의 틀 안에 머물기 위한 발전적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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