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동시 송출'이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TV 보단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고, 화제성이 시청률을 이기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2024년作)로 완벽히 증명됐다. '선재 업고 튀어'의 시청률은 3~5%대(닐슨코리아 기준)를 유지했다. 그러나 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플랫폼 펀덱스(FUNdex)에 따르면 '선재 업고 튀어'는 5월 3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 결과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tvN 타깃인 2049 남녀 시청률에서 7주 연속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이를 미루어 보아, '동시 송출'의 의미는 TV 방영으로 전 연령층을 공략하되 OTT인 넷플릭스로 2049 시청자의 눈길을 끌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일종의 '투 트랙'(Two-Track) 전략이다.
◆ 새로운 발견, '투 트랙' 전략
올해 tvN과 티빙이 드라마 '원경'을 통해 '투 트랙' 전략을 선보였다. '원경'은 '15세 이상' 시청 등급으로 tvN 송출을, '19세 미만' 관람 불가 등급으로 티빙에 방영한다. 현재 '원경'은 '19세 미만' 관람 불가 버전인 티빙 판으로 화제성을 끌어냈고, 스토리에 집중시킨 tvN 판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당초 동시 송출을 목표로 제작된 '원경'의 전략이 시청자들을 저격했다.
'원경' 제작진은 스타뉴스에 동시 송출 관련 "TV 방송과 OTT 플랫폼의 차별화된 시청 환경과 이용자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티빙에 공개되는 '원경'은 방원과 원경의 정치적 관계뿐 아니라, 한 남자와 한 여자로서의 더욱 깊이 있는 부부 관계까지 심도 있게 다뤘다. 두 인물의 복합적인 관계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고,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원경'은 티빙 공개 직후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 주간 시청UV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공개 첫 주 기준 유료가입기여자수 3위에 올랐다. 또한 tvN으로 방영된 지난 '원경' 4회는 전국 가구 평균 5.6%, 최고 6.8%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tvN 타깃인 2049 시청률도 상승해 전국 평균 1.9%, 최고 2.3%, 수도권 평균 2.0%, 최고 2.7%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유료플랫폼 기준/닐슨코리아 제공)
CJ ENM이 티빙의 최대 주주라서 타 방송사와 비교하면 더 쉽게 '투 트랙' 전략을 선택할 수 있었겠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고도 분명 TV 매체 입장에서는 성공한 전략임이 틀림없다.
◆ 티빙·웨이브 합병 가속화..OTT판 변화 예고
방송사가 OTT와 '공존'을 택했다면, OTT는 글로벌과 맞서고 생존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국내 MAU(월간활성이용자)는 1300만명 규모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 시 MAU는 1000만명으로, 합병이 이뤄진다면 넷플릭스에 제대로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티빙, 웨이브 합병설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가속화된 건 지난해부터다. 티빙의 최대 주주인 CJ ENM과 SK 스퀘어가 지난해 11월 28일 만기 되는 웨이브의 2000억 규모 전환사채(CB)를 대신 갚아주면서 전환사채를 취득했다. 이후 CJ ENM은 이양기 전 티빙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웨이브의 CFO로 파견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주요 주주는 모두 합병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티빙 지분을 13% 보유한 KT의 입장이 늦어지고 있다.
2024년에 여러 변화를 겪은 방송계가 앞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과거 콘텐츠 시장이 단순히 채널들의 경쟁이었다면 OTT 플랫폼들의 성장으로 굉장히 복잡해졌다고 본다"라며 "OTT의 성장 속에서 채널들도 새로운 활로를 펼쳐야 하는데, 이럴 때는 OTT와의 협업도 중요하다. 채널의 경우 구독료가 없고, OTT는 구독료를 내야 하니 시청층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각 시청층에 맞는 전략들을 써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OTT의 자본을 끌어와 콘텐츠 제작에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지상파 역시 이를 공격적으로 활용해 국민들의 보편 시청권을 보장하는 것이 서로의 상생에 굉장히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만약 OTT와 지상파의 상생이 크게 이어진다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질 좋은 콘텐츠들을 다수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지상파 입장에서도 현재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탈피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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