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이 만들어내는 공포 대신 캐릭터와 서사에 집중한다. 헌데 오로지 한 인물에 쏠려 나머진 통크게 희생시켰다. 오컬트 미스터리란 장르적 쾌감은 반감됐고, 핵심인 구마 장면도 임팩트가 없으니, 득보단 실이 더 많다. 송혜교의 무한 악령 이름 묻기,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이다.
‘검은 수녀’로 불리는 ‘유니아’ 수녀(송혜교)가 한 소년을 본다. 그 소년은 ‘희준’(문우진), 그의 몸에 숨어든 악령은 잡귀가 아닌 12형상 중 하나다.
당장 올 수 없는 구마 사제를 기다리다간 부마자(희준)가 희생될 것이 분명하자, 유니아는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깬다. 하지만 희준의 담당의인 ‘바오로’(이진욱) 신부는 오직 의학만이 소년을 살릴 수 있다고 맞선다.
고민에 빠진 유니아는 우연히 바오로의 제자인 ‘미카엘라’ 수녀(전여빈)를 보게 되고, 그녀의 비밀을 알아차린다. 유니아는 바오로의 눈을 피해 소년을 병원에서 빼달라며 미카엘라 순에게 막무가내로 도움을 청하고, 미카엘라는 거침없는 유니아 에게 반발심을 느끼지만, 동질감이 느껴지는 희준을 위해 힘을 보탠다. 소년의 상태를 다시금 확인한 두 수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그를 살리기 위한 위험한 의식을 행한다.
작품은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속편으로,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카운트’, ‘해결사’를 연출한 권혁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가톨릭 내 가장 낮은 지위의 수녀들의 이야기다. 누구도 자신들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금기를 깨서까지 소년을 살리려는 숭고한 희생 정신을 그린다
영화의 최대 강점은 송혜교요, 단점은 (강점이) 송혜교뿐이라는 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구마의식’으로 작품을 끌고 가는데 송혜교의 서사가 곧 작품의 서사요, 사실상 스토리가 없다. 그나마 송혜교와 ‘워맨스’를 이룬 전여빈을 제외하곤 모든 캐릭터들의 쓰임이 일회용이고 무성의하다. 작품에도 캐릭터에도 공포에도 촘촘한 ‘빌드업’이 없으니 클라이맥스랄 게 없다. 특히 이진욱은 분량 대비 존재감이 없다.
마치 ‘파묘’의 퓨전 전략을 보는듯, 천주교 구마의식을 기본으로 무속신앙의 굿, 서양 타로 점성술 등이 등장하는데 그것을 매끄럽게 끌어안을 구심점이 약하다. 신선한 시도지만 이음새가 탄탄하질 못해 잠시 흥미를 끌다 금새 어설퍼진다.
악령에 씌인 소년으로 분한 문우진은 노련하게 자신의 미션을 수행하지만, 앞서 말한 서사의 부재로, 여기에 전편에서 충격을 안겼던 박소담이란 높은 벽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진다. 이로 인해 메인 구마 장면마저 긴장감이나 공포감을 안겨주지 못한다. 이름을 물으면, 욕으로 답하는, 무한 도돌이표다.(무섭지도 않은 악령은 유난히 말이 많다.)
‘변신의 맛’을 본 송혜교는 스토리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담배 피는 첫 등장부터 할 말 참지 않고 다하는 걸크러쉬, 시크하면서도 따뜻한 반전미, 처절하도록 희생적이고, 굽히지 않는 용감함까지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작품 자체가 지닌 함량미달 뼈대와 단조로움을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다.
오컬트 마니아에겐 명함 내밀기도 힘든 스릴감이다. 부족한 공포를 다른 쾌감으로 대체할 만한 새로운 재미도 없다. 캐릭터 무비로서의 매력도 기대 이하. 그나마 미장센은 장르적 특성에 맞게 잘 구현됐고, OST의 활용은 구간 별 격차가 있다. 때론 효과를 때론 역효과를 낸다.
미덕은 그녀의 열연을 백분 활용한 묵직한 엔딩과 우정출연한 강동원의 훈훈한 쿠키 영상이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를 만든 장재현 감독이 ‘왜 오컬트 장인’인지를 단 번에 깨닫게 하는 완성도다. 설 연휴 가족 영화로서도, 휴먼 드라마로서도, 오컬트물로서도 타킷층(정체성)이 애매하다.
오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손익분기점 약 160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