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안방극장은 ‘여인천하’다. 채널마다 쟁쟁한 베테랑 여배우들이 중심을 잡고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어느 샌가부터 극을 주도하면서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이던 안방의 여주인공들은 이제 범접할 수 없는 ‘원톱주연’으로서의 아우라를 내뿜고 있다.‘여주(여주인공) 원톱’ 드라마는 지금 안방극장, 그중에서도 유행을 선도한다는 미니 시리즈에서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ENA 월화극 ‘나미브’의 고현정, tvN 월화극 ‘원경’의 차주영, KBS2 수목극 ‘수상한 그녀’는 정지소, 김해숙이 한 인물을 연기하는 사실상 ‘2in1톱’이다.
주말로 시선을 옮겨도 SBS 금토극 ‘나의 완벽한 비서’에 한지민, MBC 금토극 ‘모텔 캘리포니아’의 이세영, tvN 주말극 ‘별들에게 물어봐’의 공효진, JTBC 주말극 ‘옥씨부인전’의 임지연 등 다채롭다. 디즈니플러스 ‘트리거’의 김혜수도 있다.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의 부하이거나 후배다. 제자이거나 연하다. 적극적인 조력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이 중에서도 30대 중반을 넘어선 중견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연기 데뷔 35년 차를 맞은 고현정은 ‘나미브’에서 스타 제작자 강수현을 연기한다. 물론 극 중 남편도 있지만, 남자주인공은 그의 제자 유진우(려운)다. 강수현은 유진우와 서로의 빈 곳을 채우지만, 기본적으로 스승과 제자의 역할로 설정돼 있다.
‘원경’의 차주영은 태종 이방원(이현욱)의 아내이자 세종대왕의 어머니인 원경왕후 역을 맡았다. 물론 자극적인 베드씬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극의 핵심은 원경왕후가 가진 중전으로서의 자존감이다. 그는 극 중 남편과 부부싸움을 할 때 “용상에서 내려오시지요”라며 대등한 관계임을 상기한다. 사극의 전통적인 역할로 봤을 때도 파격적이다.‘나의 완벽한 비서’는 제목과 같이 한지민이 연기한 강지윤은 CEO다. 남자주인공 유은호(이준혁)는 그의 비서로 실제 배우의 나이도 한지민이 많다. 일 외에는 허술함이 많은 상사를 완벽하게 보좌하는 ‘판타지 캐릭터’로 등장하는 이준혁은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선망을 받고 있다.
‘별들에게 물어봐’의 공효진 역시 우주정거장의 보스 이브 킴 역이다. 역시 남자주인공 공룡 역 이민호보다 연기경력과 나이가 많다. 극 중에서도 이브 킴은 우주정거장을 책임지는 인물, 공룡은 이 고요한 세계에 파문을 일으키는 방문자다. 대부분 공룡의 행동은 이브 킴에 의해 통제된다.
‘트리거’의 경우도 극 중 배경이 되는 탐사보도팀 ‘트리거’의 팀장이자 메인 연출자 그리고 프로그램의 MC는 오소룡(김혜수)이다. 40년의 범접할 수 없는 연기경력을 가진 그의 밑에는 낙하산 PD 한도(정성일)와 생계형 조연출 강기훈(주종혁)이 달려있다. 이들 역시 전형적인 상하관계로 물론 갈등하긴 하지만 여주인공의 카리스마로 사건을 돌파한다.한때 4~5세 차이가 나는 남녀 주인공, 물론 남자주인공이 나이가 많은 설정을 기본적으로 깔고 가던 것이 한국 드라마의 정석이었다. 그리고 남자주인공의 경우 재벌가이거나 권력자 또는 과거로 가더라도 왕이나 왕자인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여자주인공은 씩씩하지만 시련이 있는 ‘캔디형’ 스타일, 그게 아니더라도 시대나 계층으로 인해 제약이 많은 캐릭터가 많았다.하지만 사회의 분위기가 남녀평등을 지나 여권이 더욱 신장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그에 따라 안방극장의 주도권 역시 여성 시청자로 넘어가면서 TV 드라마의 ‘여주원톱’ 시대는 빠르게 찾아왔다. 여기에는 김혜수와 고현정의 사례처럼 연기경력 35년을 훌쩍 넘어도 여전한 외모와 연기력을 발산하는 여배우들의 존재가 있었다.이후에도 올해는 고현정의 ‘사마귀’, 김혜수의 ‘시그널 2’, 이보영의 ‘메리 킬즈 피플’, 이하늬의 ‘애마’ 등 ‘여주원톱’의 기세는 사그라지지 않을 예정이다. 이제는 안방극장을 이끄는 여배우들의 존재. 이들의 손에 시청률의 행방이 달렸다.https://naver.me/FO9Iq1J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