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심약자도 평온주의.
오컬트물 대명사가 속편으로 돌아왔으나 장르 매력을 충분히 살리질 못했다. 클라이막스인 구마 의식까지 서사의 빌드업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고요하게 느껴질 정도다. 심약자도 평온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이다.
무섭고 오싹한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기대와 어긋날 수 있다. 오히려 구원과 성장서사로 엮인 휴먼드라마에 가깝다. 아웃사이더들이 집단의 탄압과 편견을 이겨내고 임무를 실현해내는 ‘언더독’ 공식에 ‘구마 의식’이란 오컬트 요소를 녹이려고 하는데, 의도만큼 그 질감이 풍성하지 못하다. ‘언더독’들끼리 갈등과 대립, 부딪히고 화합하는 과정이 굉장히 다이나믹할 수 있었을 텐데 어쩐지 그 재미를 살리질 못한다. 이야기 결을 계속 쌓아도 이상하게 밋밋하고 고요하게 비친다. 몇 번의 갈등 해결 방법이 비슷하게 보이는 탓에, 체감 속도도 느리다. 또한 무속에게 할애된 분량이 이 작품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얼마나 소구될 지는 미지수다.
주인공인 유니아(송혜교) 수녀의 캐릭터성도 아쉽다. 공식적으로 허가받지 않은 구마 의식에 줄기차게 도전하고 욕과 담배를 놓지 못하는 ‘별종’ 캐릭터지만, 스크린 위에 구현된 매력은 다소 애매하다. 구마 의식과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소명에 눈 돌아간 수녀로 극한까지 몰아갔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도 남는다. 오컬트물이란 장르적 톤과 캐릭터성 사이 고민이 많았겠지만, 과감한 선택이 필요했을 법도 하다.
강점도 있다. 후반 20분의 구마 의식은 긴장감을 자아내는 데에 성공한다. 악령을 아주 혐오스럽게 디자인한 것이 효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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