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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도 자주 챙겨 다니는 아이템입니다. 건조할 때 쓰면 너무 좋아요.
그룹 라이즈 멤버 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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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일본 도쿄의 명품 백화점인 긴자 미쓰코시. 국내 화장품 브랜드 '유이크'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방문한 아이돌 그룹 라이즈(RIIZE) 멤버 앤톤이 크림 미스트를 뿌리며 이렇게 말했다. 뒤이은 팬클럽 행사에서 멤버 소희는 일본어로 "어제 유이크 클렌징밤을 썼다"고 했다. 행사가 끝나자 팬들은 유이크 팝업으로 달려갔다. 엿새 동안 문을 연 팝업 내내 '오픈런' 현상이 벌어졌다. 화장품 재고가 바닥 나 한국 직원들이 급히 제품을 챙겨 일본에 급파됐을 정도다. 유이크는 함께 팝업을 진행했던 K뷰티 브랜드 17곳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유이크가 라이즈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은 건 이로부터 1년 전. 이때 라이즈는 데뷔하기도 전이었다. 당시 일본 진출을 준비하던 유이크는 화장품 핵심 성분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에 걸맞은 새로운 얼굴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7년 만에 신인 남자 아이돌이 데뷔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과감하게 입도선매한 것. 여성용 화장품에 남성 모델을 기용하는 것도 파격이었다. 유이크를 운영하는 바이오기업 지놈앤컴퍼니의 서진경 상무는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내부 반대가 적지 않았지만 라이즈가 통할 거란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 배팅은 성공했다. 라이즈가 일본 진출과 동시에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것. 유이크는 계약 이후 1년간 라이즈 멤버들에게 화장품 사용법을 알려주며 피부 관리 노하우를 쌓도록 유도한 터였다. 일본 팬층이 두꺼운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유이크 화장품을 언급하자 홍보 효과가 엄청났다. 일본에 진출한 지 1년밖에 안 된 유이크가 쟁쟁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 사이에서 팝업 매출 1위를 기록한 배경이었다. 서 상무는 "긴자 미쓰코시에서 한 번 더 팝업을 하자고 제안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유이크가 이렇게 '아이돌 선(先)투자'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은 그만큼 일본 시장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한국 연예인과 아이돌을 따라 하는 한국식 화장법이 유행하며 K화장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국내 브랜드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일본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 서 상무는 "내부적으로 '이런 콘셉트의 신제품을 만들어보자'고 결정하면 얼마 뒤 다른 브랜드에서 그런 제품이 나온다"며 "한국 브랜드 간 경쟁이 너무 치열해 기존 방식을 깨고 돈키호테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자리 잡기 쉽지 않다"고 했다. 마케팅이든, 제품이든 특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유이크가 라이즈 마케팅과 더불어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는 것이 마이크로바이옴 성분이다. 모(母)회사인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다. 장내 유익한 미생물을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것. 서 상무는 "유이크 클렌징밤이 일본에서 잘 팔리는 이유는 마이크로바이옴 덕분에 세안 후에도 피부가 촉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선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 성분이 뜨니까 한국 브랜드 사이에서 온갖 미투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며 "마이크로바이옴은 저희가 균주 등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미투 제품이 나올 수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다만 유이크는 이제 일본 시장에서 첫발을 뗀 수준이다. 크림 미스트와 클렌징밤이 일본 이커머스 플랫폼인 라쿠텐과 큐텐재팬에서 뷰티 랭킹 1위에 올랐지만, 일본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성분이 대세라고 하긴 어렵다. 게다가 유이크 제품은 일본 화장품 시장의 80~90%를 차지하는 버라이어티숍(잡화점)·드러그스토어(약국) 등 주요 오프라인 채널에 입점되지 않은 상태다. 서 상무는 "일본은 수입대행사와 벤더사를 거쳐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이 들어가는 구조라 브랜드가 판매 과정을 컨트롤할 수 없다"며 "오프라인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려고 한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