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시윤은 면접 과정에서 한차례 탈락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문을 두드린 끝에 출연권을 따냈고, 그 집념은 서바이벌 게임이 요구하는 '생존 본능'과 맞닿아 있었다.
"너무 나가고 싶었던 프로그램이라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어요. 나이도 더 이상 어리지 않으니까, 내 방송 경력에서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키스 15주년 활동 때 연이 닿았던 매니저 형에게 피의 게임 제작진과 다시 미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 조심스럽게 부탁을 드렸어요. 운 좋게도 매니저 형님이 얘기를 잘해주셨고, 제작진분들도 '이 정도 간절함이라면 다시 한번 미팅을 해봐도 되겠다'라고 생각해 주셔서 3차 미팅이 성사됐어요. 제작진분들도 '탈락하고 나서 다시 연락한 출연자는 네가 유일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피의 게임3'는 단순한 서바이벌 게임이 아니다. 출연자들은 단순히 전략을 세우는 것을 넘어, 현실과 단절된 채 극한의 생존 환경 속으로 던져진다. 이번 시즌에서는 몰입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작진이 더욱 정교한 연출을 가미했다. 출연자들은 눈을 가린 채 이동했고, 일부는 손발이 묶인 상태로 시작하며, 마치 영화 속 스릴러 같은 분위기에서 게임이 시작됐다. 시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손발이 묶인 채로 게임을 시작해야 했다.
"제작진분들이 이를 갈고 만든 느낌이 강했어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냥 게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출연자로서는 처음부터 몰입도가 엄청났어요. 제작진들이 검은 옷을 입고, FBI나 CIA 요원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고, 첫날부터 납치하는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물론 실제 납치는 아니지만, 눈을 가리고 이동하며 손발이 묶인 채 시작해서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거든요. 이런 환경이 조성되니까 현실 세계의 김시윤이 아니라 피의 게임 세계관 속의 시윤이 됐어요. 처음에는 게임을 하러 간다는 생각이었는데, 바로 생존 본능이 작동했죠. 긴장감이 엄청나고, 탈락이 마치 내 목숨이 없어지는 것 같은 중압감이 들었어요."
1회에서는 시윤을 포함한 9명의 플레이어가 폐건물에서 온몸이 포박된 채로 처음 만나 첫 번째 미션에 돌입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주어진 미션을 확인하면 몸을 포박한 밧줄을 풀 수 있는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알 수 있다. 밧줄을 먼저 푼 플레이어는 각자의 지난해 연봉을 모두 합친 돈을 원하는 만큼 자루에 담아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도착하는 사람은 첫 번째 탈락 후보자가 된다. 시윤은 첫 번째 미션에서 48초 만에 문제를 푼 장동민의 자물쇠를 커닝해 벗어나는 시도를 했다.
"문제를 동민이 형이 48초 만에 풀어버리더라고요. 그걸 보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어요. 시간이 더 있었다면 풀었겠지만, 압박감 속에서는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이건 내 머리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는 판단이 들었고, 커닝을 하기로 했죠. '피의 게임'은 원래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게임이라고 제작진이 못을 박아뒀잖아요. 그래서 '이 게임은 공정하지 않다'라는 조건이 머릿속에 각인됐고,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 반응이 된 것 같아요. 살아남아야 하니까 커닝도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시윤이 '피의 게임3'에 출연하며 가장 기대한 부분은 심리전과 두뇌 싸움이었다. 2005년 5인조 보컬 그룹 파란의 멤버로 당시 만 14세의 나이로 데뷔해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사람의 마음과 분위기의 흐름을 읽고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에 자신 있었다. 이를 서바이벌 게임에서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자 예상과 전혀 다른 현실이 펼쳐졌다. 냉철한 전략가가 되기를 꿈꿨지만, 예측 불가한 변수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고민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적응해 나가야 했다.
"'피의 게임'에 들어가 보니 두뇌 싸움을 할 상대들이 너무 강했어요. 거의 바둑 기사로 따지면 초고수들 앞에서 바둑 새내기가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전략을 바꿨죠. '나는 힘으로 가야겠다'라고요. (장)동민이 형이 저를 며칠 보고하신 말씀이 '넌 힘 캐릭터구나' 라고 하셨었거든요.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요."
결국 시윤은 이지나와의 데스매치에서 탈락을 피하지 못했다. 탈락보다는 인상 깊은 활약을 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컸다.
"게임 전, 조커 같은 플레이를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이 프로그램이 연예계에서 내 마지막 방송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미지 신경 쓰지 않고 조커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는데 막상 게임 속에서 그런 플레이를 하지 못했어요. 또 서바이벌 게임에서 자진해서 데스매치를 간 선택이에요. 되돌아보면 굉장히 미련한 행동이었어요. 피의 게임 제작진분들도 미팅 때 보여줬던 간절함을 서바이벌에서도 보여주길 기대하셨을 텐데, 제가 스스로 자책하며 감정적으로 선택을 했어요. 서바이벌 취지와 맞지 않는 행동이었던 것 같아요."
30대에 접어들며 김시윤은 한 가지 고민과 마주했다. 10대, 20대에는 학업, 아이돌 활동, 금융업계 경험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지만, 이제는 '과연 그때처럼 전력을 다해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도전에 대한 망설임이 커졌고, 과거처럼 열정을 불태울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그런 가운데 찾아온 '피의 게임3'이 찾아왔다. 예상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과 몰입도 높은 게임 환경 속에서 그는 스스로를 다시 시험하게 됐다. 결과가 어떻든 주어진 순간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끝까지 버텨내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본질적인 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윤은 향후 방송 활동과 AI 사업을 병행하며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피의 게임3'를 하면서 배운 점이 정말 많아요. 여전히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용기를 얻었고 현실에서도 다시 그렇게 살고 있죠. 방송 활동도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고, 앞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더 출연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방송과 함께 제가 지금 AI 아티스트를 제작해 미국 음악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려고 해요. 그리고 자서전적인 소설도 집필하고 있어요. 대한민국 사교육과 공교육, 그리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다룬 책인데, 언젠가 대중에게 의미 있게 전달할 수 있을 때 출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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