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아동’인 멤버들 보호 전무…“하이브·어도어, 멤버들 대상 지라시 유포 정황 포착돼”
[일요신문] 연예기획사 하이브(HYBE)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ADOR)와 전속계약 해지 분쟁이 붙은 걸그룹 뉴진스(NewJeans·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가 별도의 '공식' 계정을 개설하고 팬들과 직접 소통에 나선 가운데 멤버들의 부모님도 합세했다. 멤버 중 해린(2006년생)이 만 18세, 혜인(2008년생)이 만 16세로 미성년자인 만큼 법정대리인인 부모들이 직접 멤버들과 함께 '투 트랙'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월 31일 뉴진스 멤버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의 부모들은 인스타그램 계정 '진즈 피알'(jeanz_pr)을 개설하고 첫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본 계정은 임시로 운영될 계정으로, 하이브와의 분쟁에서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개설하게 됐다"며 멤버들의 공식 계정인 '진즈 포 프리'(jeanzforfree)와 별도로 계정을 개설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또 다른 개설 이유로 "유감스럽게도 가처분 소송을 앞두고 하이브 및 어도어가 또 다시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허위성 기사를 유포하기 위해 지라시 등을 여러 기자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정황을 제보 받아 본 계정을 생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부모들은 "입장을 전달할 공식 창구가 없었기 때문에 그간 여러 언론사 등을 통해 직접 인터뷰를 하거나, 알게 된 기자분들을 통해 사실관계를 전달하려고 여러 차례 노력해 봤다"라며 "감사하게도 그대로 받아 써주신 매체도 있었지만 매우 소수였고, 대행사를 통해 전체 배포 또한 시도해 봤지만 헤드라인이 이상하게 쓰이는 등 저희의 입장이 지면을 통해 왜곡없이 전달 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멤버들의 이야기는 왜곡되거나 부정적인 틀 안에서 인용되는 것이 아니면 극소의 기사로만 배포되는 데에 그친 반면, 하이브 및 어도어는 인터넷 어용지를 포함한 여러 언론사 등을 통해 언론사라면 으레 거쳐야 하는 사실확인 및 반론 청구권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채 허위사실 혹은 하이브와 어도어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내용의 기사 등을 하루만에도 몇 백 개씩 배포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긴 분쟁으로 피로하실 분들이 있으시다는 것을 알기에 매우 송구스럽다"면서도 "하지만 본 계정을 통해 전달할 내용은 멤버들이 직접 소통하기 어려운 내용 위주일 것으로 멤버들의 현재 유일한 대변인으로서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전달 채널이 필요한 절박한 상황인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뉴진스는 2024년 11월 29일자로 전 소속사인 어도어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같은해 4월부터 이어져 왔던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간 분쟁에서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가 유포되거나 개인정보, 사생활 등 '회사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가 언론에 유출됐는데도 하이브와 어도어 양 측 모두 멤버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가 전혀 없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심지어 해당 정보를 하이브 측이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하이브와 한몸인 소속사 어도어와의 신뢰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만큼 파탄됐다는 것이다.
당시 멤버들 가운데 해린과 혜인은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해당하는 만 18세, 만 16세였다. 아동·청소년 연예인에 대한 소속사의 보호 의무를 엄하게 묻는 최근 엔터업계 분위기에 비춰보더라도 계약 문제를 떠나 소속사로서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어도어 측은 여전히 전속계약은 유효하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2024년 12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어도어는 이후 멤버들이 광고주들과 직접 계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달 초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다. 이 같은 소송은 '분쟁'이 아니라 뉴진스 멤버들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기 위해 일단 '법적으로' 계약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게 어도어 측의 입장이다.
어도어가 회유책을 쓰는 동안 같은 시기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탬퍼링(전속계약 만료 전인 연예인이 다른 소속사와 사전 접촉하는 것) 의혹이 그 가운데 하나인데,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어도어 사내이사 신분이었던 2024년 9월경 한 회사 대표와 만나 '뉴진스를 데리고 나올 수 있을지'를 언급하는 등 탬퍼링을 모의했다는 것이다. 또 뉴진스 멤버들의 기자회견 등이 민 전 대표의 계획 하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 같은 보도 과정에서 앞선 하이브 감사로 취득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메시지 등도 적극 활용됐다.
이처럼 하이브-민희진 사태에서 유출된 자료들은 현재까지도 뉴진스를 향한 우회 공격에 힘을 싣고 있다. 이를 통해 멤버들에게 '배은망덕한 아티스트'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질수록 어도어는 '손해를 입었어도 탈주한 아티스트를 포용하는 너그러운 소속사'가 되고, 멤버들의 주장해 온 신뢰관계 파탄은 퇴색된다. 멤버들의 부모 역시 이 지점에 대한 적극 방어를 위해 별도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설하게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뉴진스 멤버들은 민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법무법인 세종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어도어와의 본격 소송전을 준비 중이다. 어도어는 하이브와 동일하게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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