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장' 방점 찍고 '기본사회' 없애…기본사회위원장 사퇴 의사 표명
주 52시간제 폐지 언급도
기존 진보 진영은 배신감 토로…"보수층 좋아할 말 한다고 국민 지지 안 모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격 조기대선을 겨냥한 '우클릭' 행보에 돌입했다. 진보 진영의 전통적 가치인 분배 대신 '성장'에 방점을 찍으며 '기본사회' 공약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 같은 전략을 놓고 야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친명(親이재명)계는 대선 골든타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중도층 공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비명(비이재명)계와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제3당 일각에선 "오락가락 노선이 불신을 더 키운다"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재명표 실용주의', 지지율 하락세 타개 카드?
이 대표가 정책 노선을 바꾸겠다고 공식 천명한 시점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다. 그는 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의 성장 발전이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며 ▲민간 주도·정부 지원 시대로의 전환 ▲주식시장 선진·활성화 ▲신성장 동력 창출 등의 계획을 제시했다. 기존 당론 가치보다 성장에 방점을 찍어 중도층과 보수층 표심까지 아우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당초 지난 대선 간판 공약이었던 '기본사회' 시리즈도 후순위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정책 아닌 李 신뢰도가 문제"…비명계는 쓴 소리
이 같은 이재명표 행보를 놓고 야권 내부에서는 '오락가락' 기조 변경 방식이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기존 진보 진영의 전통 가치를 우선시 해온 야권 인사들은 반발심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대표의 기자회견이 있었던 23일 야권 싱크탱크인 '일곱번째나라 LAB' 창립 심포지엄에서 "실용주의는 그만 얘기했으면 좋겠다"며 "실용이 잘못 해석되면 저 당(국민의힘)이 만들어낸 프레임에 휘둘릴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 휘둘려 그때마다 답을 찾으면 우왕좌왕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색무취하고 보수 세력이 좋아할 말을 한다고 국민 지지가 모이지 않는다. 대기업과 보수 언론의 입맛에 맞는 말씀만 골라 내놓는다면 '이러려고 윤석열을 탄핵했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정책 노선이 아닌 이 대표 본인의 '신뢰도'가 더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 대선에서도 이 대표가 비슷한 행보로 참패했다"며 "안전한 길 대신 강점을 과감하게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2030 여성들은 민주당 말대로 우경화된 것이 아니라, 이재명의 '신뢰 리스크'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