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면부터 기존 메디컬 드라마와는 확연히 달랐다. 오토바이를 탄 주인공이 전장을 활보했다. 헬기에서 레펠을 타고 내리거나 환자 이송 중 뇌압강하술을 시도했다.
한마디로, 비현실적인 판타지에 가깝다. 그래서, 꼭 하고 싶었다. "(대본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주인공이) 어려운 현실을 유쾌하게 헤쳐나가는 걸 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기획 단계부터 적극 참여했다. 작품을 향한 애정으로 감독까지 직접 구했다. 영화 '좋은 친구들' 이도윤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주지훈은 "장르 특성상 사람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이 많았다. 근데 원작이 너무 밝더라. 시청자들께 잘 전달하기 위해선 꽤 많은 부분을 리얼하게 바꿔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도윤 감독이 적역이었어요. 밝은 원작과 어두운 감독을 만나게 했더니 너무 눈부시지 않은 따스한 작품이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출연진들 간의 시너지가 몰입을 더했다. 주지훈을 필두로 추영우, 하영, 정재광, 윤경호, 김의성 등이 '중증외상센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계속해서 머리를 맞댄 덕분이다. 매일 7~8시간씩 회의를 진행했다. 이렇게 채택된 아이디어를 촬영 현장에 대입했다.
주지훈은 "정답이 없었다. 모두 고민해서 회의한 다음 현장에서 해보고 또 해봤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수평적인 분위기 역시 한몫했다. "이도윤 감독이 열린 스타일이다. 자유롭게 소통할 때 시너지가 좋더라"라며 "후배들에게 그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어디서든 신입은 내부 발언권 얻기 쉽지 않잖아요. 질문하고 싶은 게 많을 텐데 눈치가 보일까 봐 '대학 스터디처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이러한 제안이 먹혀들었다. 실제로 신인 연기자들은 나날이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주지훈은 "화면에 그들이 널뛰는 게 보였다. 시청자들도 갈수록 성장하는 게 보일 것"이라고 만족해했다.
각 장면 디테일에도 신경 썼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실사화 과정에 보다 세밀한 주의가 필요했다.
주지훈은 "이야기가 재미있을수록 장르적 쾌감은 살리고 (디테일은) 땅에 붙어야 한다"면서 "감독, 작가와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콘텐츠 특성상 (만화와 드라마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아무래도 만화여서 가능한 부분들이 있죠. (원작과) 달라야 한다고 강하게 의견을 냈던 것 같아요."
마취과 의사와의 갈등을 부각하는 신이 대표적이다. 원작에선 백강혁이 환자를 곁에 두고 황선우(김충길 분)와 신경전을 벌인다.
그는 "원작 내용 중에 마취과 의사가 오지 않아 복도에서 난리를 치는 장면이 있다. 만화로 보면 크게 이상하지 않다"고 말을 이었다.
"만화에선 마치 백강혁 혼자 있는 것처럼 그려졌는데 실사화로 하면 그게 안 되잖아요. 환자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환자와 그 가족들 앞에서 육두문자라니... 캐릭터성이 깨질 것 같아 바꾸자고 제안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