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소식] 이수만 '세계 1위 한국발 엔터사 목표…'K' 떼고 한류 넘어서자'

| SM 떠나 A2O엔터 설립 후 첫 국내 인터뷰…

| "셀럽이 친구되는 시대, 곧 플랫폼 오픈"

| "'중국몽' 염려 알지만 큰 마켓서 빅스타 나와…

| 다양한 국적 루키즈 준비됐다"

[정보/소식] 이수만 "세계 1위 한국발 엔터사 목표…'K' 떼고 한류 넘어서자"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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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우리는 이제 '한류'라는 한정적인 단어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 및 비저너리 리더(73·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 겸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도전' 혹은 '개척'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1971년 데뷔 이래 가수와 MC로도 활약했지만, 1990년대 현진영을 발굴해 가요계에 미국 흑인 음악을 도입하는 등 음악 프로듀서 겸 제작자로서 눈부신 성공을 거뒀다.

특히 30년 전인 1995년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이듬해 H.O.T.를 시작으로 S.E.S., 신화, 플라이투더스카이,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 숱한 스타들을 키워냈다. 이는 곧 1∼4세대를 아우르는 K팝의 역사가 됐고, 철저한 트레이닝·프로듀싱으로 대표되는 그만의 노하우는 K팝 시스템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수만은 지난 2023년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고 SM을 떠났고, 신생 A2O엔터테인먼트를 세워 가수 생활, SM 설립에 이어 인생 제3막을 열어젖혔다.

A2O는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루키즈(연습생)를 선보였고, 지난해 12월 첫 그룹인 A2O 메이(MAY)가 동방신기의 히트곡 '주문'을 리메이크한 노래로 데뷔했다.

이수만은 3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K팝, 한류, 그리고 A2O를 통한 미래 비전을 들려줬다. 그가 SM을 떠난 이후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수만은 "이제는 '한류'를 넘어서야 한다"며 "넥스트 스텝인 4단계는 완전한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세계화)"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부터 K팝을 수출하는 1단계, 현지와 K팝을 합작하는 2단계, 현지에서 K팝을 구현하는 3단계를 설파해왔다. 그의 지론은 20여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국내 대형 가요 기획사에서 받아들여졌고, 각 엔터사는 전원 외국인으로 구성된 K팝 그룹을 세계 시장에 내놓는 단계에 이르렀다.

[정보/소식] 이수만 "세계 1위 한국발 엔터사 목표…'K' 떼고 한류 넘어서자" | 인스티즈

이수만은 "'한류 3단계론'을 설계하고 실현해 왔지만, 이제는 '비욘드 K팝'(Beyond Kpop·K팝을 넘어서)이 돼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A2O 가수의) 중국 활동도, 지금 한창 준비 중인 미국, 일본 활동도 모두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일환"이라며 "제가 A2O의 음악을 K팝이 아닌 '잘파 팝'(Zalpha Pop·Z세대와 알파 세대를 겨냥한 음악)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내놓은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마치 제 음악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 같은 기쁨을 느낀다"고도 했다.

"제가 그리는 미래는 첫째는 세계 1위의 한국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고, 둘째는 셀러브리티(스타)와 기술의 결합을 통해 새롭게 해석하고 프로듀싱하는 것이며, 셋째는 그 결과물을 셀러브리티와 팬들이 완전히 공유하며 함께 행복감을 느끼는 겁니다."

이수만이 설립한 A2O는 '알파 투 오메가'(Alpha to Omega)의 약자로,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에서 셀러브리티와 팬들이 함께한다는 포부가 담겼다. 젊은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창작하며, 글로벌 셀러브리티와 소통하는 자체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 플랫폼을 통해 팬들이 놀면서 재창작(2차 창작)하는 '플레이투크리에이트'(Play2Create) 문화를 지향한다.

이수만은 "빈부 차이, 지역·인종 차별 없이 놀면서 창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며 "팬들은 곧 오픈하는 앱 플랫폼에서 새롭게 A2O의 아티스트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인공지능(AI) 시대와 함께하는 기술이 있다"며 "셀러브리티가 무대 위의 스타가 아니라, 팬들의 가장 친한 '개인적인 친구'로서 함께 인생을 개척한다는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이수만이 A2O 루키즈 수십명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과감하게 공개한 것도 팬들과의 친밀도를 높이려는 이러한 전략의 하나다.

그는 "각각의 루키즈가 가진 특별한 잠재력이 보이면, 그것이 무엇이든 월등히 뛰어난 한 가지 능력을 키워내도록 고심한다"며 "부족한 점은 지금까지 쌓아온 CT(Culture Technology), 즉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로 채워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A2O의 첫 데뷔조인 A2O 메이는 중국어권 플랫폼에만 음원을 공급했다. A2O 루키즈 대부분이 중국인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제가 K팝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이수만의 중국몽'이라고 했어요. 여기엔 '그게 되겠는가'라는 염려가 들어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저의 중국몽은, 음악인이자 IT맨으로서 꾸준히 개발해 온 테크놀로지와 셀러브리티 프로듀싱 기술을 중국 시장에 접목하는 것입니다."

이수만은 "음악에는 국경이 없고, 없어야 한다. 가장 큰 마켓에서 가장 큰 스타가 나온다"면서 "중국 (음원 플랫폼) 외에도 곧 스포티파이에서 A2O의 음악이 공개될 것이고, 소속 가수들은 서구권에서도 활동하게 될 것이다. 우리 루키즈는 다양한 국적으로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큰 시장'을 파고든 것은 가수·MC 생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미국 유학 경험, SM 설립과 운영 등에서 나온 결과다.

이수만은 "미국 유학 시절 MTV가 개국했다. 당시 미국 가수들은 무대에서 실력을 쌓고, 음반을 내는 동시에 뮤직비디오를 MTV에서 선보였다"며 "가수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함께 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비주얼 음악'이 시작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청소년이 즐기는 문화의 시작이 되기도 했다"며 "그래서 청소년에게 필요한 음악과 가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한국 가수와 음악은 왜 해외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그 고민의 끝은 '내가 직접 해보자'는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이 고민의 결과 H.O.T.를 필두로 K팝 한류가 꽃피웠지만, 최근 음반 판매량이 감소하고 수출액도 정체하는 등 K팝 시장의 성장 엔진이 식어간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수만은 "지난 몇 년 동안 K팝 아이돌 그룹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가운데, 바통을 이을 새로운 그룹의 출현을 기다리는 때인 것 같다"며 "군대에 가야 했거나, 각자의 활동을 위해 팀을 해체했던 인기 그룹이 무대로 돌아오거나 새롭게 자리를 잡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K팝이 딱히 성장의 꼭짓점을 넘겼다는 비관론을 주장하고 싶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시장의 반응을 보며 프로듀싱하는 사람으로서 혁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어떻게 할 것인가, 'K자'를 떼고 완전히 세계화할 음악과 셀러브리티의 프로듀싱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그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질적 성장과 함께 문화 산업의 양적 성장도 더욱 크게 이룰 때입니다. 한국이 프로듀서의 나라가 돼 아시아가 (문화) 유통 구조의 중심이 되는 길을 함께 생각해 봐야 해요. 앞으로 세계의 가장 큰 셀러브리티가 아시아에서 탄생하게 될 것이고, 아시아가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되리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