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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제비' 출신 탈북민이 아이돌 그룹 데뷔를 앞두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11일(현지시각) BBC 등에 따르면 탈북민 두 명을 비롯해 일본·미국 등 다국적 멤버들로 꾸려진 케이팝 그룹 '1VERSE'가 연내 데뷔를 앞두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13년 탈북한 유혁 씨는 함경북도 경성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이른바 '꽃제비'(유랑자) 생활을 했다. 그의 최대 목표는 굶지 않고 매일 살아남는 것이었다.
하루는 역에서 상인들의 도시락을 몰래 훔치다가 들켜서 두들겨 맞은 적도 있다. 도시락에 들어있던 건 쉰 밥 한 덩이였다. 유씨는 "당시엔 쉰 밥도 식초를 넣어 다시 먹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오늘 일해서 저녁 한 끼 먹는 삶을 살았다"며 "(북한에 있을 때)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생활한 적은 열흘도 안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12살이 되던 해 떨어져 살던 어머니가 찾아와 탈북을 권유했고, 어머니를 따라나선 유씨는 이듬해 서울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유씨는 어머니와 거리감을 느껴 혼자 살기로 결정했고, 2년 뒤 아버지의 부고까지 전해 들었다. 이 때 학교 선생님이 시를 좋아하던 유씨에게 랩 가사를 써보도록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유씨는 새로운 문화를 접했다.
그러다 유씨는 2018년 EBS의 한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해 짧게 랩을 선보이게 됐는데, 우연히 이를 본 업계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현재 음악 프로듀싱 기업 씽잉비틀의 대표로 있는 조미쉘이다. 조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기획 및 아티스트 발굴, 육성, 제작, 완성, 홍보 등 전 과정을 책임지는 담당자로 근무한 바 있다.
유씨는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했고, 약 1년 뒤 또 다른 탈북자가 팀에 합류했다. 2018년 탈북한 김석 씨는 접경 지역에 살았다. 그는 중국으로부터 밀수된 CD, USB, SD카드 등을 통해 케이팝을 접해왔다고 한다. 이후 케니와 무라타 아이토, 네이선 등이 합류해 그룹 '1VERSE'의 멤버가 구성됐다.
유씨는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며 "북한에서 온 사람이 큰 꿈을 꾸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소외된 계층도 큰 꿈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